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4일] 그들만의 전당대회

지난 12일 민주당 부산시 당대회.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이 당대회에 앞서 합동연설회를 했지만 그 말들을 들어줄 대의원들은 자리에 거의 없었다. 연설회장을 지킨 사람들은 각 후보 지지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연설할 차례에 후보 이름을 틈만 나면 외치고는 차례가 끝나자 각자 약속이나 한 듯 자리를 떠났다. 지역 대의원들은 연설회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 당대회가 열리자 그제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에 전당대회 후보들에게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모 후보의 말처럼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하는데 왜 정작 당원조차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전당대회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에서 신선함을 찾을 수 없는 탓도 있다. 이른바 '빅3'가 대두되기 시작할 때부터 '언제적 손학규ㆍ정세균ㆍ정동영이냐'는 얘기가 돌았다. 천정배ㆍ박주선 후보 역시 신선한 후보는 아니다. '하청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나선 486 후보들도 스스로 내세웠던 단일화에 발목이 잡혀 선명성이 다소 퇴색됐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주장 속에서도 허점이 곳곳에 있다. 정동영 후보의 부유세 공약은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뒷받침할 뿐 거둬들인 세금을 어디에 쓰겠다는 비전이 없다. 정세균 후보의 연설 속에는 지방선거 승리 이후 7ㆍ28 재보선 패배로 이어진 자만에 대한 반성이 없고 손학규 후보의 '잃어버린 600만표를 찾겠다'에 보이는 집권 의지는 섣부른 대권 도전의 일성으로 오해 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진보'와 '정의'가 과거의 행적에 비춰 맞아떨어지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후보도 있다. 경선 레이스는 이제 막 출발선을 지났다. 합동연설회가 11번, 방송 토론회도 7~8번이나 남았다. 후보의 인물들은 새로울 게 없다. 그렇다면 그 자리를 통해 각 후보들이 새로운 비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다면 각 경선 캠프는 몰라도 방송과 인터넷으로 접하는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희망을 버릴 것이다. 적어도 지금 후보들의 말과 행동에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진정성 같은 게 쉬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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