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추경ㆍ금리인하 효과 위협할 100엔 시대

엔ㆍ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00엔을 돌파했다. 지난주 말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1엔선에 거래됐다. 2009년 4월 이후 4년여 만에 최저치인 동시에 달러당 100엔 시대가 다시 도래한 순간이다. 반면 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 속도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1년 전 100엔당 1,500원대에서 이달 들어 1,100원대마저 깨졌다. 원ㆍ엔 환율이 세 자리로 떨어질 공산도 배제하지 못한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최근 한달 동안 90엔대 후반에서 맴돌다 저항선을 뚫고 들어간 이상 엔저는 탄력을 더 받을 공산이 크다. 엔저 공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셈이다.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20% 절하된 달러당 120엔까지도 갈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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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이야 쾌재를 부르겠지만 먹구름이 짙어진 우리 수출전선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달러당 90엔을 돌파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수출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에 그쳤다. 4월 수출은 조업일수를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다.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전자ㆍ철강 분야의 타격이 특히 심각하다.

환율 변동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J커브 효과를 감안하면 이제부터가 더 문제다. 하반기 수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수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꺾인다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원고ㆍ엔저가 소리 없이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는 형국이다.

엔저 흐름을 우리나라가 저지할 방책은 사실상 없지만 파장을 최소화하는 대비책 마련에 한치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한 정책대응에 나서야 함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어렵사리 정책조합을 맞춘 추경 편성과 금리인하의 효과가 엔저ㆍ원고 쇼크에 반감되지 않도록 수출기업 지원에서부터 금융시장 안정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기업도 엔저 현상을 상수로 보고 체질개선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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