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과 추상을 조화시켜 산수를 표현하는 화가 전래식(68)의 개인전이 오는 31일까지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린다. 분홍과 연두, 파랑을 섞어쓴 세련된 색감은 서양화처럼 보이지만 들여다 보면 은은한 먹선이 눈에 들어온다. 동양화를 전공한 전 화백은 80년대 후반부터 서구의 현대적 조형미를 받아들여 '조형산수(造形山水)'라는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했다. 구체적인 산의 이미지를 기하학적인 추상의 틀로 보기 시작한 것은 폴 세잔느 등 인상파 화가들이 대표적인데, 서양의 그들이 빛의 변화에 주목했다면 전 화백은 자연 속에 내재된 기(氣)와 영겁의 세월을 끌어내고자 매달렸다. 과감한 색채와 면 분할기법은 서양화의 요소지만 기운생동과 여백, 선(線)의 기법은 지극히 동양적 요소다. 이를 통해 자연이 가진 태초의 기운, 숭고한 웅장미를 담고자 한 작가는 "정신적인 언어로 자연을 바라봐 달라"고 청한다. 이번 전시에는 평생 고집해온 '산'이라는 주제 안에서 광목과 먹,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동양화와 서양화,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진 작품 40여 점을 선보였다. 특히 신작에는 '숨은그림찾기' 하듯 보일까 말까 한 작은 크기의 사람이 산 속에 숨어있다. 그림에 생명력을 더하는 동시에 대자연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하찮고 미미한지를 드러내는 장치다. 작가는 제 1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고 중학교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기도 했다. 2008년 동아대 미대 교수직을 떠나 현재는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