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를 잡으려면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체제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29일(현지시간) 연방기금 금리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어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은행에 ‘금리인상’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경제연구소와 일부 여당 의원들은 한은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한 결과 부동산 투기가 심화됐다며 지금이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과열현상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쪽에 집중하는 부작용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10조1,512억원인 데 비해 기업대출은 6조8,31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20일까지 은행대출액 2조8,225억원 가운데 2조원 이상이 가계대출로 점유율이 70%를 웃돌고 있다.
김정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1∼2002년 저금리의 경기부양은 자산효과를 통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소득효과에 의해 상당 부분 상쇄돼버렸고 2003년부터는 4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지만 소비 및 투자 진작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확실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이라는 처방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과의 내외금리 역전이 임박한 점도 금리인상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달 미국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째 연 3.25%로 묶여 있는 우리나라 정책금리인 콜금리와 같은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주장에 대해 정책당국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투기가 전국적인 현상이고 장기화할 조짐이 확실하다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
특히 투기억제를 위해서는 최소한 콜금리를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의 경기부진이 이 같은 인상폭을 감당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개인들이 감당해야 될 이자가 커진다는 점도 금리인상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말 현재 개인부채 총규모는 555조8,085억원으로 금리를 1.0%포인트 올릴 경우 연간 5조6,000억원 정도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성급하게 금리를 올렸다가는 부동산 투기와 상관없는 계층과 중소기업이 엉뚱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현재의 경기상황이 완전한 회복국면에 들어서 금리인상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것이라는 정책적 확신이 서지 않는 한 콜금리 인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