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23일 발표한 구조조정방안은 알짜배기 흑자기업을 매각처분해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 핵심사업을 육성, 발전시킨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이번에 발표한 현대의 구조조정방안을 살펴보면 현대가 지난 3월 채권은행단에 제출한 내용보다 대폭 보강된 것이어서 그동안 정부의 압력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엿볼수 있다.
박세용(朴世勇)현대구조조정본부장은 『이번 구조조정 방안은 지난 1월 발표한 내용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현대그룹은 2003년에는 사실상 완전해체된다』고 말해 정부의 강한 압력을 받았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구조조정 배경= 현대는 당초 총부채규모를 지난해말 59조8,893억원(기아제외)에서 올연말에는 51조2,158억원으로 줄여 부채비율을 지난해말 449.3%에서 2분기까지 348.2%, 연말에는 199.7%로 낮추기로 했다.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외자유치를 통해 17조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현대는 당초 빚을 갚기보다는 몸집을 불려서 전체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춘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금감위측에서는 몸집을 줄이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자산 1조원이 넘는 알짜기업을 매각처분하고 소그룹별 조기 계열분리도 과감하게 앞당기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세기에 세계 10위안에 드는 초우량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할 계열사는 현재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감하게 퇴출시킨다는 의지로 받아들여 진다.
◇구조조정 주요 내용=5개 주력핵심업종을 제외한 계열사는 과감하게 처리하겠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계열사 53개를 처분하고 특히 자산 1조원이 넘는 우량기업 5~6개를 정리하기로 했다. 합작 또는 매각대상기업으로는 현대정유, 인천제철, 금강기획, 현대강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석유화학 등이 있다.
이와관련 현대관계자는 『비주력계열사는 흑자를 내도 모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5개 핵심업종으로 선정했던 중화학부문에서 화학분야를 제외했다. 현대는 화학분야를 포기하고 대신 중공업부문으로 핵심역량을 결집시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조기에 달성하기로 했다. 석유화학 통합법인에 2,760억원 추가 출자를 포기함으로써 매각키로 결정했다.
또 현대는 자동차, 전자, 중공업, 건설, 금융·써비스 등 5개업종의 분리시기를 당초보다 2년 앞당긴 2003년까지 전문소그룹으로 분리시키고 자동차부문은 1년 앞당겨 2000년까지 분리시키기로 했다.
조기분가 실현가능성에 대해 朴회장은 『조기분리 시기는 문제가 없다』며 『현대그룹의 상호지급보증은 5대그룹중에서 가장 적어 오는 2000년 3월까지는 상호지급보증률이 0%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일가가 올해 계열사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대주주들은 보유유가증권을 처분하는 방법으로 鄭명예회장이 현대건설 등에 1,500억원, 정몽구(鄭夢九)회장이 현대자동차·현대정공에 1,500억원, 정몽헌(鄭夢憲)회장이 현대건설·현대상선·현대전자에 1,5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현대는 연구개발분야를 집중육성하기 위해 각 전문 그룹별 연구개발센터를 설립, 책임자를 사장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문제점=현대의 이번 구조조정안은 지난 1월 발표한 구조조정방안과 별로 차이가 없다는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금감위가 목에 칼을 들이대자 어쩔수 없이 여론무마용으로 내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내용으로 볼수 있는 그룹조기 해체문제도 차기정부에 가서 상황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말을 바꿀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어 실행여부는 미지수다.
또 매각대상에 오른 현대정유와 인천제철, 현대석유화학 등의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대정유의 경우 아랍에미레이트의 IPIC로부터 5억달러를 도입하면서 그룹에서 분리, 경영권은 정몽혁(鄭夢爀)사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매각이라기보다는 외자유치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인천제철은 기아자동차 인수에도 20%이상 참여하는 등 지분문제가 얽혀 있어 분리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연성주 기자 SJY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