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이탈 문책 전비서관 기관장내정 “비난여론”/현철씨 돈 심부름 한 비서관 “쉬쉬”하다 뒤늦게 면직명령불복종과 무단 근무지 이탈로 문책성 의원면직 조치됐던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정부산하 기관장 자리에 내정돼 비난을 사고있다.
문제의 당사자는 박영환 전대통령 공보비서관(47).
그는 노동부 산하 산재의료원이사장으로 사실상 내정했다가 자격 미달이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11일 보류됐다.
그는 지난 6월말 김영삼대통령의 유엔, 멕시코 순방을 수행하다 일부 언론의 기사내용에 불만을 토로한 후 직속상관인 윤여준공보수석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무단 귀국해 물의를 빚었다. 대통령의 출장명령을 받고 공무를 수행중인 고위 공직자가 순방일정이 남았음에도 불구, 임의로 귀국한 것은 명령불복종과 근무지 이탈로 사법처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민주계 가신출신이라는 점과 그동안의 공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그는 지난 3일 의원면직되는 선에서 처벌이 마무리됐다.
청와대는 한술 더 떠서 그에게 9개 병원 및 재활공학센터 등 3천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직을 주려고했다.
이홍지 현이사장은 지난 4일 사표를 냈다. 당초 인사권을 가진 노동부는 내부 승진자를 내정했다가 청와대가 박전비서관 카드를 들이밀면서 브레이크가 걸린 것. 문책성 사퇴서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자리 마련에 청와대가 적극 나선 셈이다. 그것도 당사자의 경력과는 전혀 무관한 노동·의료전문분야였다.
결국 해당기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로 청와대는 『박전비서관을 검토는 했으나 아직 내정상태는 아니며 당분간 현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추이를 보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박비서관 면직과 직접 관련된 윤여준 공보수석조차 11일 청와대 기자실에 들러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상을 참작해 도와달라』며 박전비서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동정적인 입장을 개진.
청와대가 김영삼대통령의 민주계가신 봐주기에 급급해 원칙없이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다 현직 비서관이 김현철씨 돈심부름을 한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몇달전에 밝혀졌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감싸주다가 이날 강상일 청와대인사재무비서관을 의원면직 조치했다.
강비서관은 지난 95년 6월 김씨를 대동주택 곽인환 회장에게 소개시켜주고 곽회장으로부터 수표 5억원, 현금 5억원 등 모두 10억원을 받아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난 5월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강비서관은 김대통령의 통일민주당총재 시절 상도동 살림을 도맡았던 홍인길 전청와대총무수석을 보좌했으며 93년 3월 김대통령 취임이후 청와대 총무수석실에 근무해 왔다.
『원칙도 없고 방향도 없는 이같은 처사로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울 수 없을 것』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청와대 직원들 입에서조차 서슴없이 나오는 상황이다.<우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