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내년부터 국내 판매가 허용되는 경유승용차의 생산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차 가격이 동일한 휘발유 차에 비해 10% 이상 비싼데다, 경유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어 휘발유 차에 비해 메리트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유로3(유럽의 디젤엔진 환경기준)수준 이상의 디젤 승용차의 국내 판매가 허용됨과 동시에 현대자동차는 아반떼ㆍ라비타, 기아자동차는 쎄라토, 르노삼성은 SM3에 디젤엔진을 장착해 시판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디젤 승용차 가격이 개발 비용으로 인해 기존의 가솔린엔진 차량보다 대당 200~300만원 정도 비싼데다, 경유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어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의 개발 비용이 가솔린 엔진에 비해 높아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유로3기준을 적용한 디젤 승용차의 경우 대당 250만원, 2006년부터 유로4(유로3보다 한단계 높은 환경기준)수준의 차량을 출시할 경우 대당 330만원 정도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디젤엔진을 장착한 아반떼ㆍ쎄라토ㆍSM3의 경우 각 업체별로 쏘나타ㆍ옵티마리갈ㆍSM5의 최저등급 가솔린 차량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유럽의 경우 디젤차량이 가솔린차량에 비해 7~10% 정도 비싸도 경유가격이 휘발유의 60~70%수준에 불과해 수요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 주유소에서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70%수준에 도달해 있어 더 이상 가격이 오를 경우 디젤승용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점진적으로 경유가격을 휘발유의 85%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에 있어 내년부터 판매될 디젤승용차 시장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디젤 승용차를 연간 10만대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규모의 경제면에서 이익을 내려면 30만대 수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불가피한데, 내년부터 디젤 승용차가 출시되더라도 쏘나타(가솔린엔진)일부모델 보다 비싼 아반떼 디젤승용차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이날 경유승용차에 대한 특소세 50% 인하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경유 승용차가격 하락률은 3%선에 그쳐 (특소세 인하가)수요창출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업계는 경유 승용차가 판매되기 전 정부에 경유가격을 현 수준에서 동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