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건축기행 건축은 문화다] <19> 안산 시립 대덕어린이집

윤덕찬 ㈜윤건축사사무소 대표<br>색감·디자인, 동심의 세계에 맞춰


건축물의 디자인은 우선 주로 사용하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주방 설계가 주부의 동선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듯, 어린이집은 어린이들의 놀이와 학습에 적합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을 설계하는 게 건축가들에게는 항상 난제다. 오래전 기억 속에 퇴색해버린 어린 시절의 눈높이를 현실 속으로 끌어오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카 방의 하늘색 벽지와 구름 모양이 대다수 어른들에게 생경하게 느껴지듯 이미 성인이 된 건축 전문가가 어쩌면 유치해보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린이들의 입장에 선다는 건 모험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에 위치한 시립 대덕어린이집은 건축가의 욕심을 배제하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충실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외관 느낌이 다분히 ‘유아적(?)’이다. 정면부에서 볼 때 건물 전체가 일정한 축 위에 지어져 다소 위압적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상황을 유아적 색감과 디자인을 통해 친근해 보이는 건축물로 만들었다. 외벽은 하늘색과 빨강색의 보색을 주로 사용해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황색이 악센트로 쓰이고 전체적으로는 은은한 배이지색을 사용했다. 건물을 이루는 기하학적인 요소도 직선과 곡선을 적절히 조합했다. 건물 전체는 일반적인 큐빅(입방체)을 이루고 있으면서 한 귀퉁이를 원형의 놀이방으로 만든 것. 이는 원형이 아이들이 뛰어 노는 공간에 가장 적합하다는 실용적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아이디어지만 이로 인해 건축물 전체가 사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외부 비상계단도 대덕어린이집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이는 보조계단으로 건물의 외부 발코니와 이어지도록 설계해 일반적으로 비상계단과 건물이 단절돼 보이는 단점을 없앴다. 거기에다 비상계단 기둥을 주황색 수직축으로 처리해 건물 전체 속에서 하나의 악센트가 되도록 한 점도 참신한 아이디어다. 특히 지붕 놀이터와 연결되는 이 수직축의 꼭대기에 날개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해 아이들이 놀이를 즐기며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격자무늬로 구멍이 뚫린 원형의 지붕을 만들어 아이들이 그늘 속에서 놀면서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꾸몄다. 꼭대기 사각의 벽에 원형 구멍을 뚫어놓은 것도 사각과 원형의 조화라는 건물 전체의 콘셉트에 부합하는 디자인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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