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깜깜원' 된 금감원

“올해 코스피 지수가 35% 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75%에 달할 수 있나요.” 얼마 전 한 펀드매니저는 일본인 주식 전문가로부터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일본인이 이런 물음을 던진 것은 선진국에서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2배 이상 웃도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의 눈에 한국의 펀드 시장은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펀드매니저는 해줄 말을 찾지 못해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펀드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어떻게 그런 수익률을 달성했는지를 먼저 궁금해 한다. 이런 궁금증에 답이라도 하듯 얼마 전 주식시장에서는 한 자산운용사 간부의 선행매매 루머가 파다하게 돌았다. 펀드에 편입되기 전에 해당 종목 주식을 미리 사들여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게 루머의 주된 내용이다. 이 때문에 그 자산 운용사와 관련 있는 증권사가 하한가로 곤두박질 쳤고 관련 종목도 급락했다.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지만 정작 감독 당국은 팔장만 끼고 있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조회 공시조차 요구 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해당 증권사로부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전혀 감독 당국 답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금감원이 민감한 사항에 얼버무린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삼성 차명계좌 의혹이 터진지 무려 한 달이 지나서야 해당 은행과 증권사가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명제 위반을 확인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는 것을 이해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또한 검찰로부터 해당자료를 요청 받은 직후 나온 것으로 금감원의 의지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금감원은 해당 증권사 은행의 실명제 위반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도 “통상 3개월 걸리는 데 빨리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게 없다. 금감원은 연간 운영예산의 80% 이상을 금융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사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에 시간을 끌거나 두둔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이는 게 이것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금감원이 지금처럼 금융소비자보다 금융사를 우선시하고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해 금융소비자를 답답하게 한다면 차라리 간판을‘깜깜원’으로 바꿔다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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