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가 주연한 영화에서는 주인공 에비타를 걷어차는 양아치 건달처럼 묘사됐는데 이번 뮤지컬에선 천하에 둘도 없는 플레이보이 모습이죠. 하지만 결국 퍼스트 레이디의 꿈을 키우는 에비타에게 끝내 버림받는 비운의 카사노바가 되죠." 오는 11월 17일 LG아트센터에 올려지는 뮤지컬 '에비타'에서 탱고 가수 '마갈디' 역을 맡은 박상진(32)씨는 이번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는 새내기 배우다. 맨해튼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올해 보스턴에서 올려진 뮤지컬 '써롤리 모던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에 출연하며 뮤지컬 무대 열망을 키워온 그는 올 연말 한국에서 '에비타'가 올려진다는 소식에 미국에서 영상 자료를 보내는 정성을 발휘하며 결국 '마갈디' 역할을 따냈다. 이름없는 앙상블 배우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는 우리 뮤지컬 무대 분위기를 보면 꽤 파격적인 선발이다. 하지만 깔끔한 외모와 미성의 바리톤 목소리, 이국적인 이미지 등을 감안하면 그의 이번 한국 데뷔는 국내 뮤지컬 무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그가 맡은 마갈디는 전반부에 에비타의 애인으로 등장해 극의 분위기를 띄워준다. "마갈디의 노래 '온 디스 나이트 어브 어 사우전드 스타스(On This Night of a Thousand Stars)'는 이미 미국 무대에서도 몇 차례 부른 적이 있어 친숙하죠. 밉지 않은 플레이보이 마갈디 모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어요." 박씨는 고등학교 2학년때 미국으로 건너가 성악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쳤다. 뮤지컬 무대에 대한 관심으로 연기학원에서 기량을 닦았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어울리는 발성과 연기를 다듬느라 요즘 맹훈련 중이다. 클래식에서 뮤지컬로 방향 선회한 이유를 묻자 그는 "뮤지컬이야 말로 이 시대가 원하는 음악 장르이자 자신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에비타는 내년 1월31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