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죽음·절망 앞에서 희망을 말하다

영화 '히어애프터' '로맨틱 헤븐' 24일 나란히 개봉<br>●히어애프터- 죽음과 함께하는 삶 다뤄<br>●로맨틱 헤븐- 사후세계 유쾌하게 그려

히어애프터

로맨틱 헤븐

"삶은 죽음에서 생긴다"고 마하트마 간디가 말했던가. 누군가는 죽음 같은 삶을 살고 어떤 이는 죽은 후에 삶을 산다. 그런가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일본을 휩쓸고 있는 대지진과 방사능의 공포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음을 새삼 상기시켜 주었다. 한 순간에 삶을 휩쓸어버린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은 무기력할 뿐이었다. 때마침 스크린에서 삶과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히어애프터'는 남겨진 이들의 어깨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은 죽음을 다루면서도 웃음을 놓지 않아 삶에 대한 유쾌한 희망을 전한다. 여든을 넘긴 미국의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죽음 앞에 절망하는 인간에게 죽음과 삶은 다르지 않다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젊은 시절에는 배우로, 나이가 들어서는 연륜이 묻어나는 진중한 연출로 스크린을 꾸준히 찾아온 이 노장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사후 세계와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파리와 런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각각 다른 인물들의 삶을 번갈아 비춘다. 파리에 사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앵커우먼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휴가지에서 쓰나미를 겪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죽음을 겪은 여자'다. 런던에 사는 마커스(조지 맥라렌)는 모든 일을 함께 했던 쌍둥이 형 제이슨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은 후 자신이 죽은 양 살고 있는 '죽음과 함께하는 아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조지(맷 데이먼)는 사람들과 접촉만 하면 그들과 관계된 죽은 사람을 보게 되는'죽음을 보는 남자'다. 세 사람의 삶은 주변인의 죽음으로 인해 한때 절망적으로 바뀌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순간 새로운 희망으로 되살아난다. 감독은 이들의 이야기를 13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비춘다. 죽음을 다룬 영화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 큰 위로를 받은 느낌이 든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야기꾼 장진 감독은 그만의 화법으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골수 이식이 필요한 엄마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미(김지원), 먼저 떠나 보낸 아내를 그리워하는 민규(김수로), 몸져 누운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지욱(김동욱) 등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미미 엄마와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이 하필이면 수배중인 살인 용의자라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군데 군데 '장진식 유머'가 배어 있는 영화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기도 하지만 죽음과 사후세계를 다루면서도 유쾌함을 놓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살아있는 사람도 잘 살고 죽은 사람도 그곳에서 잘 살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모두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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