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초대석] 이경태 대외경제정책硏 원장

"향후 5년내 한미FTA 최대한 활용을" <br>美-日·美-EU FTA이전 차별적 시장접근 노려야<br>노사 협력·규제 개혁 이뤄져야 효과 극대화 가능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미흡한 교육ㆍ의료시장 개방의 디딤돌이 돼야 합니다." 6일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한-EU FTA 협상 개시를 앞두고 "한미 FTA 협상 결과 교육ㆍ의료 등 서비스시장 개방이 미흡했다"며 "EU에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면 한미 FTA의 최혜국대우 규정상 미국에도 동등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와 함께 미국이 일본이나 유럽과 FTA를 맺으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한미 FTA를 통해 차별적 시장접근이 가능해진 만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미 FTA를 통한 기대이익의 달성 여부는 경제주체 중에서도 기업이 어떻게 하느냐에 가장 크게 달려 있다"며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한미 FTA의 기회를 발굴하고 위험요소를 회피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 FTA의 농업개방 폭이 커 본격적인 농업개방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개성공단 제품의 대미 수출시 관세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 만큼 북한이 이에 대한 의미를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요. ▦한미 FTA의 이익은 기업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이 한미 FTA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위험은 회피하도록 노사가 합심해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산업이 최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미래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노사가 협력해야만 FTA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정부 역할 역시 중요합니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도록 규제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한미 FTA 협상과정을 거치면서 개방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 점은 매우 다행입니다. 혼란도 있었지만 한미 FTA 협상 타결을 통해 “세계시장을 한번 주도해보자”는 진취적 마인드가 확산된 것 같습니다. -협상 결과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한미 FTA로 한국산 제품은 미국 시장에 차별적ㆍ특혜적 시장접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국이 5년 내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FTA를 맺기는 어려울 겁니다. 중국과는 10년이 지나도 안될 것입니다. 아울러 국내 제도가 선진화될 수 있는 조항이 많이 마련된 만큼 전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 한미 FTA는 본격적인 농업개방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 관세가 15년 내에 모두 없어지는 것은 상당히 포괄적인 개방입니다. 국내 농업의 구조조정 압력은 커지겠지만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나 타 FTA 협상에서 농업개방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내재된 위험요소도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방을 꼽으라면 구한말 불평등조약에 따른 개항과 90년대 자본시장 개방이 있습니다. 외압과 불평등조약에 따른 것이지만 전자는 결국 국권상실로 이어졌고 후자는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습니다. 이는 개방을 했으나 국내 개혁을 제대로 못한 결과입니다. 한미 FTA도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예상 이익은 줄고 농촌만 황폐화될 수도 있습니다. -개성공단 문제는 모호하게 처리된 것 같습니다. ▦확실히 보장되지 않았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돼 북미 및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개성공단은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도 이 의미를 잘 이해했으면 합니다. 개성공단 제품의 특혜는 곧 북한의 이익을 의미하고 그 이익 자체도 매우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핵 포기시 이익이 훨씬 분명해지는 반면 핵을 계속 보유하면 개성공단 활성화를 포함한 잠재이익 모두가 사라질 것입니다.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은 있습니까. ▦분명히 없습니다. 미측 불만이 크게 쇠고기, 자동차, 노동ㆍ환경 등 세 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쇠고기 검역 문제는 이달에 국제수역사무국(OIE) 판정 결과에 따라 대응하면 될 것입니다. 자동차에 대해 미 의회가 관리무역 수준의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 행정부도 말이 안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노동ㆍ환경 기준 강화가 이슈가 될 수 있겠지만 미국 기업은 지금도 국내 고용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불평할 정도로 한국의 노동기준은 높습니다. 환경 역시 미측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기준을 낮춰달라고 떼를 쓸 만큼 높습니다. 또 무엇보다 재협상을 한다면 한국 여론이 벌집 쑤신 듯 들고 일어날 텐데 미국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재협상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국회 비준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의 경우 의회에 한미 FTA 이행법안을 제출하는 데 별도의 시간 제약이 없기는 하지만 내년 2~3월쯤 의회가 한미 FTA를 비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국회비준은 미국보다 늦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까지 감안할 때 5월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EU와의 FTA 협상이 7일부터 시작됩니다. ▦EU의 관심은 제조업에서는 자동차와 화장품, 서비스업에서는 법률시장 개방입니다. 우리 측은 자동차와 전기전자ㆍ섬유 등에서 기대이익이 큽니다.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 인정도 미국보다 강경하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반대하는 건 협상전력상 하는 발언입니다. 미국과 힘들게 FTA를 맺어서 EU가 재미를 볼 부분도 있지만 미국에 준 것 이상의 개방을 EU에 해주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산업은 더 개방해줄 것도 없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한ㆍEU FTA가 교육ㆍ의료 등 서비스시장 개방 확대의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EU는 한국 유학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교육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혜국대우 규정상 EU에 추가 개방한 분야는 미국에도 자동적으로 해당되기 때문에 EU를 시작으로 교육ㆍ의료의 시장개방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한일 FTA와 한중 FTA 협상은 어떻게 될까요. ▦한일 FTA 협상은 정부가 속도조절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조업 충격이 미국보다 일본이 훨씬 큰 측면도 있고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한일 관계가 경색된 측면도 한일 FTA를 더디게 하는 듯합니다. 일본 정부도 한국의 새 정부와 한일 FTA 진전을 모색하려는 듯합니다. 한중 FTA는 신중하게 접근해야겠지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협상개시는 가능한 빠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농업과 중소기업의 영향이 클 텐데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면서 제조업ㆍ금융ㆍ유통ㆍ문화산업ㆍ지적재산권 등에서 중국 시장 공략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중 산ㆍ관ㆍ학 공동연구가 올해 끝나면 중국은 곧바로 협상을 하자고 제의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한중 FTA 협상 출범도 다음 정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DDA 협상이 FTA에 가려져 있습니다. ▦DDA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미국ㆍEU 등 주요국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FTA 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통상시스템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한미 FTA 협상시 국내 조정은 재경부가 맡고 협상은 통상교섭본부가 주도했습니다. 큰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지만 협상팀 내, 각 부처간 정보공유가 제대로 안되는 것 같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또 여론수렴과 이행당사자 의견 청취, 정부와 국회간 효율적 관계를 위해 통상절차법 제정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USTR처럼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무역대표부(KTR)를 두자는 주장이 있는데 무역대표부를 만든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최근 FTA 등 통상정책이 국정의 중심에 있습니다. ▦개방을 놓고 치열한 찬반 논쟁이 전개됐지만 건설적이면서 내실 있는 논쟁은 아니었습니다. 이념적으로 나뉘면서 논쟁이 상대방을 패배시키려는 전투적 양상을 강하게 띠었습니다. 찬반 양측이 연구를 많이 해서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경고해 정부가 다시 검토하고 협상에 반영하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약력 ▦47년 경남 양산 생 ▦70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73년 행정고시 14회 ▦73년 재무부 이재국 ▦83년 미 조지워싱턴대 경제학박사 ▦83년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 ▦88년 상공부 장관 자문관 ▦95년 산업연구원 부원장 ▦98~200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200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APEC 경제위원회 의장, 국민경제자문회의 대외경제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 동북아시대위원회 경제협력전문위원회 위원장 겸임 ● KIEP 통상환경 전망
美-동아시아 경상수지 불균형, 향후 통상관계 악화 부를수도
수출 등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구조상 세계 통상환경의 변화는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통상 문제에 관한한 국내 최고 싱크탱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세계 통상환경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KIEP는 최근 '중장기 세계 통상환경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국ㆍ일본ㆍ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세계경제의 경상수지 불균형이 향후 통상관계의 악화를 부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KIEP는 미국이 경상수지 흑자국에 공격적 시장개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세계 금융질서의 교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통상마찰을 줄이는 요인은 되겠지만 미국경제와의 연관성이 높아져 세계 금융질서 교란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위험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KIEP는 국제 에너지시장의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측면에서 원유를 비롯한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돼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복병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더 오르면 그동안 고유가의 충격을 원화강세로 흡수해온 한국경제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세계화는 계속 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FTA 체결이 증가하면서 지역주의의 확산은 계속되고, 이와 관련해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 체제 역시 중장기적으로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체제변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됐다. KIEP는 중국의 부상으로 동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했던 일본과 중국간 패권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양국이 공생관계 정립을 위해 더욱 긴밀하게 상호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봤다. 브릭스(BRICs)를 비롯한 개발도상국 경제권의 빠른 성장이 지속되면서 향후 국제통상협상에서는 개도국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 KIEP는 어떤곳
KDI·KIET와 함께 국내 3대 국책硏
국제경제분야 특화된 연구성과 축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개발연구원(KDI)ㆍ한국산업연구원(KIET)과 더불어 경제 분야 국내 3대 국책연구원 중 한곳으로 꼽힌다. 특히 국제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의 연구진과 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FTA가 통상정책의 중심은 물론 국가적 어젠다로 부상하면서 KIEP의 역할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한미 FTA 경제효과 분석작업에 11개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했지만 그 중심에는 KIEP가 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KIEP는 한미 FTA 반대 측과 대립각을 세우며 FTA를 둘러싼 논란의 한복판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FTA는 KIEP 연구사업의 일부분일 뿐이다. 우루과이라운드로 대표되는 다자간 무역협상에 있어 KIEP는 세계무역기구(WTO) 및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전반에 대해 특화된 연구성과 및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이다. 최근 DDA 협상이 지지부진해 FTA의 부상에 가려져 있지만 다자간 무역체제는 FTA를 포함하는 세계자유무역 추진의 근간이다. KIEP는 또 세계 각 지역 전문연구원 및 연구물, 정보 등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북아 경제협력, 동아시아 금융통합 등 테마별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경제에 날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중국경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북한경제의 개방방향에 대한 연구도 KIEP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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