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특허동맹'은 지난 1992년 삼성전관과 금성사 이후 20여년 만에 결실을 보인 국내 업체 간 특허 교차 사용 협약으로 이를 통해 한국 반도체 업계는 세계시장에서 기술주도권을 한층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의 특허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보유한 전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특허를 무상으로 서로 사용하기로 한 것 자체가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 쇼킹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3년간의 협상 끝에 극적 타결=두 회사 간의 특허 협상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두 회사의 특허 담당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덕담으로 건넨 낸 특허 교차 협상 제안이 결국 실무진 협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특허 업계의 한 관계자는 "3년 동안 실무진이 반도체 대한 특허 교차 사용을 논의하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두 회사가 공생적 경쟁적 관계라는 점에 동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면서 "특히 이번 협상 내용에는 두 회사 간의 협상 내용, 과정 등에 대해 모두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등 두 회사 간의 두터운 신뢰가 협상 타결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두 회사는 이번 특허 협상 타결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과 특허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반도체 업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ㆍ엘피다 등 3개 진영으로 나뉜 상황에서 두 회사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서 힘을 모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특허 교차 사용의 범위가 차세대 반도체 특허로 확대될 가능성도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두 회사는 2008년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식을 갖는 등 미래 반도체 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했다. 현재도 두 회사는 공동 기술 개발을 통해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특허에 대해서도 공동 사용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두 회사의 이번 협상 타결은 신뢰의 문제인 만큼 앞으로도 유사한 형태의 협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에 등록한 특허는 물론이고 앞으로 등록하는 특허에 대해서도 이번 협약이 확대될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OLED 협상에도 긍정 기류=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 협상에서 이번 합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삼성전관과 금성사는 1992년 브라운관과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분야 8,139건에 대해 교차 사용하기로 합의한 후 처음으로 국내 업체 간 특허 공유가 이뤄진 만큼 OLED 협상에서도 교차 사용을 위한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IT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에 이어 OLED까지 특허를 교차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해외 특허 괴물 공격 파장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형 특허 생태계 조성을 한다는 의미에서도 국내 업체 간의 협력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