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어 내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저소득층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백화점들도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고소득층도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마트들이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 11월 백화점 매출도 정체상태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품목별로도 자동차ㆍ의류ㆍ가전 등 거의 모든 업종이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율도 크게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ㆍ4분기 민간소비는 2.0% 증가에 그쳐 2009년 3ㆍ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주택거래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할 정도로 부동산경기도 최악의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부도위기에 몰리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올 들어 법정관리 신청업체 수가 171개사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100대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 중이거나 신청한 업체만도 24개사에 달한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경기가 나빠지다 보니 기업들도 내년 경영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투자 부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 경기 경착륙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기 불안감이 확산되면 너도나도 소비를 줄이거나 투자를 포기하게 돼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게 된다. 이런 최악의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유연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금리는 무조건 올려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호주와 아시아 주요국들의 경우 경기침체에 대응해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내년의 경우 소비자물가는 3.5% 내외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돼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정책에서 가장 주요한 요소의 하나는 타이밍이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가능한 한 빨리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내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이 지나치게 불안감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