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5월 21일] <1702> 서머타임


낮이 긴 봄부터 가을까지 시침을 한 시간 앞당기는 서머타임(summer time). 언제 등장했을까.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계절마다 시간이 다른 모래시계를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잊혀졌던 계절별 차등시간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공론화한 인물은 벤저민 프랭클린. 미국의 최고액권인 100달러짜리 지폐에 초상이 올라간 정치인이자 외교관ㆍ과학자ㆍ언론인ㆍ문필가로 명성을 날린 그는 파리 주재 미국대사로 일하던 1784년 조기기상 예찬론을 폈다. '하절기에 일찍 일어나면 오전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밤에 소모되는 양초도 줄어들어 경제적이다.' 시침을 앞당기자는 논의를 시작한 주인공은 뉴질랜드 곤충학자인 조시 허드슨. 일을 빨리 마치고 곤충채집을 하고 싶은 마음에 1895년 '여름철 시간을 두 시간 당기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1907년에는 영국의 건설업자 윌리엄 월릿이 서머타임 도입론을 담은 서적을 펴냈다. 일과후 골프를 즐기고 싶었던 그는 국왕과 총리를 찾아다니며 집요하게 노력했으나 첫 테이프는 독일이 끊었다. 1차대전 중인 1916년 4월 말 독일이 선보이고 5월21일 영국도 시행하자 바로 전유럽에 퍼졌다. 전시에 연료를 아끼기 위해 시작된 서머타임제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74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88올림픽 때 잠시 도입됐던 이 제도를 22년 만인 올해부터 다시 도입할 예정이었으나 보류 상태다. 일본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했던 정부는 일본이 미적거리자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일단 시간은 번 셈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도입시 1,362억원의 편익이 발생한다는 추산도 검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시간 증가를 우려하는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을 포함해 국민여론 수렴절차가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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