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11월 22일 프랭크 밴더리프 뉴욕 내셔널시티은행장, 헨리 P. 데이비슨 JP모건 사장, A. 피아트 앤드루 미 재무부 차관보 등 당시 미국 금융계 거물급들이 조지아주 지킬섬에 있는 한 휴양지에서 비밀리에 회동을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특명은 연방준비은행법 초안을 작성하는 일. 미국이 금본위제에서 법정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였다. 법정화폐 전환은 황금과 은으로 대출 총량을 제한하는 국면을 탈피하고 융통성있고 은밀하게 화폐를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폐공급을 무한대로 늘려 얻는 수익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대출 이자의 손실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알고 있는 금융권 실세들에게는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금융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을 우려하는 정치권과 민간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1914년 11월 16일 연방준비은행(FRB)이 탄생한다. 연방준비은행 지분 구성을 보면 뉴욕 내셔널 시티은행(25만주), 뉴욕내셔널 상업은행(25만주), 당시 제임스 스틸먼 내셔널 시티은행 회장(4만, 7498주), JP모건사(1만 4,500주), 윌리엄 록펠러(1만주) 등이 주요 주주로 등록돼 있었다. FRB는 탄생부터 개인 은행이었으며, 미국 금융과 상공업계 그리고 정치적 운명에 의해 조종되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국책 모기지기관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컨설턴트 고문으로 활동했던 쏭훙빙이 세계화의 기로에 선 중국의 ‘금융 대전’을 경고하면서 19세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진 금융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세계의 돈줄이 중국을 겨냥해 밀고 당기기를 시작한다면 중국 금융업이 견딜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의 탐구는 일견 음모론적인 요소가 짙은 대목도 있지만, 대부분 역사적인 사례를 근거로 논리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조만간 전면적인 대외개방을 앞둔 중국이 투기자금의 유입에 따른 위험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지에 의문을 품고있다. 저자는 미국 FRB가 없었다면 1차 세계대전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1914년 합스부르크 왕조의 왕자 페르디 난트 대공이 자객에게 피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지만 프랑스ㆍ독일ㆍ러시아 등은 대규모 전쟁을 치를 재정적인 능력이 사실상 없었다. 이때 갓 출발한 미연방준비은행이 나서서 대규모의 채권을 팔아 신용대출로 유럽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 미국은 지나치게 채권을 발매해 통화 유통량이 급감했고, 미정부와 FRB는 국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면서 1916년부터 4년간 달러의 가치는 무려 25배나 올랐다. 당시 FRB 부총재였던 폴 와버그와 그의 형 맥스 와버그, JP모건, 미국 방위산업의 선구자 에드워드 스테티니우스 등은 당시 전쟁으로 횡재한 인물들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1년이 지난 1929년 미국에서 벌어진 주가 대폭락도 역시 FRB와 깊은 관계가 있는 미국 금융가들의 비밀 회의로 금리를 낮춰서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황금이 국제적 기축통화일 수 없는 이유, 중동 석유가 미국 달러에 미친 영향,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장기 침체에 빠진 이유,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게 된 배경 등을 밝히면서 위안화 절상 압력에 시달리는 중국도 이미 총성없는 화폐 전쟁에 돌입했다고 말한다. “전 세계인들은 21세기가 중국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항해를 시작한 중국 경제 항공모함이 과연 순조로운 항해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금융파생도구를 비롯한 금융수단이 발사하는 원거리 조준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비록 화약연기는 볼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