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내 입지를 놓고 시험대에 오른 양박(朴)의 희비가 엇갈리고 말았다. 국가대표팀 전 주장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흐뭇하게 했지만 현 주장 박주영(26ㆍ아스널)은 아르센 웽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박지성은 21일(이하 한국시간) 엘런드 로드에서 벌어진 리즈 유나이티드(2부 리그)와의 칼링컵 3라운드(32강) 경기(3대0 맨유 승리)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어시스트 2개를 올렸다. 시즌 1ㆍ2호 도움이었다. 라이언 긱스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지성은 전반 15분 측면으로 치고 들어가 마이클 오언의 선제골을 도왔고 2대0이던 전반 종료 직전에는 긱스의 골을 어시스트했다. 왼쪽 측면에서 박지성에게 패스를 받은 긱스는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친 뒤 문전으로 파고들어 유유히 골망을 갈랐다. 박지성은 올 시즌 기록을 1골 2도움으로 늘리면서 오는 25일 오전1시30분 스토크시티와의 리그 6라운드 선발 출전 전망을 밝혔다. 올 시즌 선발 출전이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에 불과할 만큼 애슐리 영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박지성이지만 칼링컵에서의 건재 과시로 ‘존재감’을 입증한 것이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언제나처럼 쉼 없이 뛰며 압승에 기여했다”며 박지성에게 평점 6을 매겼다.
반면 역시 칼링컵에 나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을 치른 박주영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3라운드 슈루즈베리 타운(4부 리그)과의 경기(3대1 아스널 승리)에 선발 출전해 투톱의 한 축을 이뤘지만 골이나 도움 없이 후반 26분 미야이치 료(일본)와 교체됐다. 박주영은 공을 잡을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고 한두 차례 시도한 슛도 위력적이지 못했다. ‘이적생’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린, 요시 베나윤이 나란히 골을 넣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박주영은 24일 오후11시 볼턴과의 리그 경기에 출격 대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