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청ㆍ두산' 처리 놓고 갈등 기류

검찰 내부 의견조율 난항…최종 결과 '주목'

`도청'과 `두산비리' 사건 연루자들의 처리 범위와 수위 등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마찰음이 들리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지난달 28일 국민의 정부 때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씨를 전격 소환할 때까지만 해도 후임인 신건씨의 검찰 출석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이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을 지낸 김은성씨의 공소장에 이들 두 전직 원장을나란히 도청의 `공범'으로 명시할 정도로 이들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던 점에비춰 볼 때 임씨가 소환됐다는 것은 곧 신건씨 조사도 임박했다는 점을 의미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검찰은 임씨 조사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신씨의 소환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기세좋게 나아가던 수사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검찰은 "신씨 소환에 필요한 준비가 덜 됐다"고 설명하고 있고 실제로 이달 3일에는 신씨 밑에서 국내담당 차장을 지낸 이수일씨를 다시 불러 보강조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 미진' 때문에 신씨를 출석시키지 못하고 있다기보다는 검찰 내부에서 신씨와 임씨의 처리 수위를 놓고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고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수사팀은 두 전직 원장이 도청활동에 관여한 정황이 충분히 확보된 만큼 최소 1명 이상을 구속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이나 검찰 수뇌부는 2명 모두 불구속하자는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그 폭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수뇌부는 임씨의 경우 김대중 정부 때 남북화해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점을, 신씨는 휴대전화 감청장비의 폐기를 결정했던 인물인 점을 감안해 각각 불구속하자는의견인 반면 수사팀은 이들이 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행됐던 국정원의 도청 실태가예상 외로 심각했던 만큼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선 수사팀과 수뇌부와 입장차는 비단 도청 사건 뿐만 아니라 두산비리 사건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애초 지난 주중 발표할 예정이던 두산비리 사건 수사결과를 갑자기 일주일 이상 늦췄다. 수사팀이 밝힌 발표 지연 이유는 두산건설(현 두산산업개발)이 1990년대 초반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기 때문에 후속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지만 두산그룹의 총수 일가에 대한 처벌 범위와 수위를 놓고 수뇌부와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새로 제기된 의혹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버린 사안이기 때문에 두산그룹 총수일가의 처리 범위를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사팀은 총수 일가 중 최소 1명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뇌부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전원 불구속 수사하는 쪽으로 의견을 내면서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사팀은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책임을 박용성 회장에게 지우는 것이 맞다고보지만 수뇌부는 박 회장이 IOC위원인 데다 국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점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공교롭게도 올 7월 말 거의 동시에 터져나온 도청과 두산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석 달여를 넘기면서 `수확'을 코 앞에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이 아무런 정치적인 고려 없이 내부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 국민 앞에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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