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2월 20일] 구조조정 미룰수록 어려워진다

정부가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제시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전략은 추락하는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 긴장감이 떨어지고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대책은 오는 3월 말까지 건설ㆍ조선사 구조조정 계획을 마무리 짓고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이 많은 44개 대기업집단에 대해서는 4월 말까지 채권은행을 통해 구조조정 계획을 짠다는 것이다. 또 자산관리공사에 구조조정기금을 만들어 은행이 가진 부실채권을 사들이는 한편 산업은행과 민간자금이 참여하는 구조조정펀드를 활성화해 가계 및 기업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가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할 것이 아니라 부실이 발생되는 대로 상시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부실은 미룰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제 충격도 그만큼 커진다. 더구나 대규모 부실 정리는 엄청난 코스트 부담으로 불가능해진다. 구조조정을 채권은행에만 맡겨놓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며 부실만 키우고 있다. 정부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없는지는 한때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기업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던 C&중공업이 아예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눈을 돌리면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펀드 조성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녹색성장펀드ㆍ자본확충펀드 등 그동안 나온 각종 펀드가 참여기관들의 소극적 태도와 수익률 저조 등으로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민간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펀드가 과연 잘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정부가 구조조정 작업의 전면에 나서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은행 자율에 맡기면 구조조정은 부지하세월일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 수개월 동안의 경험으로 충분히 학습했다. 구조조정 일정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44개 대기업의 구조조정 구도를 4월 말로 잡은 것은 국내외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너무 한가하다.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는 갈수록 가속화하며 미국은 물론 유럽도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이 늦으면 국민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은 미룰수록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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