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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the invisible hand)'의 개념을 언급했고, 이는 지금까지도 경제학자들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변용해 '보이지 않는 갈고리 손(the invisible hook)'라고 표현하며 해적사회를 경제학 이론으로 분석했다.
해적은 폐쇄된 공간인 해적선을 타고 다니면서 다른 배나 해안 지방을 약탈하는 무법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16세기 해적의 시초는 국가가 인가한 해상강도였으며, 전시(戰時)에는 적국의 상선을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도 위임받았다. 그러나 후에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무법자로 탈바꿈했으며, 책은 18세기 해적의 황금시대를 논의 대상으로 한다.
사료를 바탕으로 들여다 본 당시 해적은 '투표'로 결정하고 기여도에 따라 약탈품을 '배분'하는 민주적 사회를 이뤘다. 육지에서는 노예이던 흑인도 해적선 안에서는 중요한 지위를 차지했다. 범죄자 집단이지만 자유,평등,정의를 구현했던 것이다. 이 같은 상반된 해적의 진실을 두고 저자는 해적선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개인의 이익추구'라는 경제 동기, 즉 '보이지 않는 갈고리 손'이 작동한 결과로 봤다.
해적들은 지도자인 선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했고 그에게 책임을 부여하되 통제권을 억제하는 나름의 '민주적 견제와 균형'을 실천했다. 해적 깃발의 해골과 뼈다귀 그림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신호발송(signaling)개념으로 작용했고 그들만의 브랜드로 확립됐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1만3,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