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불안 장기화땐 메가톤 파장

정치불안 장기화땐 메가톤 파장 국제금융시장 '美대선 쇼크' '정치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일단 발을 빼고 보자' 미국의 정치불안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을 가장 꺼리는 국제 금융시장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호(號)가 어디로 항해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방향을 잃고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증시가 9일 한때 폭락하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는 등 불안한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유가불안과 미국기업들의 실적둔화까지 겹쳐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당선자 확정이 다음주에도 마무리되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수개월 이상을 끌게 되면 시장의 혼돈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플로리다발 악재에 휘청=고어진영이 법적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스닥이 9일 한때 5% 가까이 급락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윌리엄 데일리 고어 선거운동본부장이 이날 오후 1시반경(미 동부시간) 기자들에게 "법적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히자 마자 순식간에 나스닥과 다우가 각각 4.5%(144포인트), 2.6%(288포인트)씩 폭락했다. 재닛 리노 법무장관이 서둘러 "연방정부가 플로리다 사태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 낙폭을 줄였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전혀 가시지 않은 상태다. 전날 상승했던 제약, 담배, 에너지 등 '부시주'도 이날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유로가치도 뛰었다. 9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0.86달러선을 회복했으며 10일 도쿄(東京)시장에서도 강세를 유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 지난 3일과 6일에 이어 또다시 유로화 가치부양을 위한 시장개입에 나선 것도 이날의 유로 강세를 부추겼다. 한편 미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은 9일 배럴당 34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날 석유시장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세계적 원유재고 부족을 경고한데다 미국의 리더십 위기로 중동사태 해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0일 미 증시 약세 영향으로 1만5,000선이 다시 붕괴됐으며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도 개장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대 혼란경고 잇따라=사태가 조속히 수습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이 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10년 초장기 호황을 누려온 미국이 이번 사태로 심각한 국론분열에 빠질 경우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연착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정책의 방향설정에 심각한 혼선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 조세, 기업규제 등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방향에 혼선이 빚어질 경우 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노던 셀렉트 에쿼티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보브 스트리드는 "시장은 한번도 불확실성을 선호한 적이 없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증시에서 돈을 빼 상황을 관망하거나 국채시장으로 방향을 바꾸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어스트 뱅크의 조 프랑코마노 전략 트레이더도 이날 "선거결과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이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호정기자 입력시간 2000/11/10 17:3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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