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인도와 에너지 협력을 모색하며 '탈유럽'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11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푸틴의 인도 방문은 지난 5월 모디 총리가 취임한 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인도의 석유천연가스공사(ONGC)가 러시아 석유 및 가스광구 2곳에 대해 공동 조사 및 탐사를 벌인다는 내용의 계약서 초안에 서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또 모디 총리와 러시아와 인도 간 원자력 에너지 개발, 우주 분야에 대한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인도 방문 기간에 러시아 주도로 건설되는 인도 남부 쿠단쿨람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하고, 모디 총리와 원전 추가 건설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친(親)인도 행보를 한층 강화하는 것은 서방 경제제재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한편 아시아 국가들과 전략적 에너지 협력관계를 구축해 유럽 의존도를 낮추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체 석유·천연가스 수출에서 유럽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4%, 76%(2012년 기준)에 이른다.
러시아는 올해 들어 서방 제재가 시작되자 중국과 30년간 4,0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시베리아 반코르 유전개발 사업에 중국을 참여시키는 등 중국과도 에너지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역시 경제적·지정학적 이유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의 밀월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연구소의 WPS 시두 대외정책 수석연구원은 "러시아가 고립되면 중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질 것"이라며 인도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