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두달 연속 인상땐 가계·기업 부담" 징검다리식 속도조절

[한은 기준금리 동결] <br>원화강세·국제 원자재값 상승 둔화 전망도 작용<br>김중수 총재 "금리 정상화 의지는 확고" 밝혀<br>돌발 변수 없는 한 내달엔 추가 인상 나설듯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두 달 연속 인상이라는 '파격'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최근 물가급등세를 고려하면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지만 금융통화위원회는 징검다리식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대신 "뚜벅뚜벅 앞을 보고 가겠다"며 추가 금리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보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걷겠다"=한은의 금리동결 배경으로는 일본 대지진과 중동 불안 사태, 유럽 재정위기, 국내 가계부채 문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꼽을 수 있다.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릴 경우 자칫 가계와 기업이 고금리에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지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최근 원화 강세로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측면의 물가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됐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는 데 주력했다. 금리결정 직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안정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용하겠다"는 기존 문구에 '보다'라는 수식어를 추가해 어조를 높였다. 기자간담회에서도 "금리 정상화 의지는 매우 확고하다" "남이 볼 때 천천히 걷지 않겠지만 뛰다 넘어지지도 않겠다"며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강하게 시사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가격 급등세가 하반기부터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도 한은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올해 말에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핵심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핵심소비자물가는 소비자물가에서 원유와 농수산물을 제외한 뒤 산출하는 물가지수다. 하반기부터 원유와 농수산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은 경제전망 수정치에 주목해야=시장의 관심은 13일 한은이 발표하는 경제전망 수정치에 쏠려 있다. 향후 경제성장과 물가상승 경로에 대한 한은의 견해를 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김 총재는 이날 "경기 상하방 리스크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해 성장률 전망치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될 거승로 전망된다. ◇5월 추가 인상할 듯=올해 초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금리인상에 신중한 김 총재의 성향상 올해 말 기준금리가 이를 웃돌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은 안팎에서는 오는 5월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범위의 중간치인 3%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금리인상 속도로는 부족하다"며 "일본 대지진과 유사한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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