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하워드 딘 후보 ‘태풍’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하워드 딘(55) 전 버몬트 주지사의 여론몰이가 예사롭지 않다.경선 초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저 그런 후보에서 네티즌을 배경으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지금은 다른 8명의 민주당 후보들을 압도하는 태풍으로 발전했다. 그의 위력은 첫 민주당 예비선거와 당원대회가 각각 열리는 뉴햄프셔 및 아이오와주의 여론조사에서 차례로 1위를 차지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뉴햄프셔와 아이오와주는 전통적으로 유권자들의 민도가 높아 본선(本選)에서의 지지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대선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곳. `뉴햄프셔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지명전에서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미국 정가에서 오래 전부터 정설로 통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23일 “딘 전 주지사가 여세를 몰아 워싱턴 미시간 캘리포니아주를 겨냥한 전국 차원의 주 순회유세 및 선거운동에 돌입했다”며 당초 후보군 중 선두주자로 예상됐던 존 케리,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 등이 딘 전 주지사와의 1 대 1 대결구도를 상정해 대선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구 70만명에 불과한 작은 주의 주지사였다는 점 외 이렇다 할 정치경력이 없는 그가 대선무대의 태풍의 눈으로 부각한 것은 여러모로 의외이다. 지난 2ㆍ4분기 정치자금 모금액에서도 760만 달러를 끌어 모아 쟁쟁한 상대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 정치자금 중 70% 이상이 8만여명으로부터 모은 250 달러 미만의 기부금이었다는 것도 거액기부 중심의 관행을 수십년 만에 깨뜨렸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그의 인기의 배경으로 선 굵은 진보적 정강정책과 거침없고 직선적인 성격을 꼽고 있다. 당내 라이벌들은 좌익의 냄새마저 나는 그에 대해 “민주당을 붕괴시킬 위험인물”이라고 공격하고 있지만 공화당과의 차별이 없어진 민주당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란 점이 더 먹혀들고 있다. 외과의사 출신으로 현 사회보장제도의 취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비슷하면서도 상이한 배경이 한 몫하고 있다. 쟁쟁한 가문출신의 예일대 졸업생이자 학창시절 술을 좋아했던 호방한 성격은 부시 대통령을 빼 닮았지만 이라크 전쟁, 환경정책에서는 부시와 대립각을 이루고 있다. “이라크전을 대놓고 반대한 후보 있으면 나와 보라”라며 부시 대통령과 당내 후보를 싸잡아 공격한 발언은 그의 진보적 성향을 엿볼 수 있는 한 상징적인 사건이다. 버몬트주 재정을 적자에서 흑자로 바꿔놓은 것도 부시 대통령이 재정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사례이다. <황유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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