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라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선거를 앞두고) 경제 포퓰리즘으로 가서는 곤란합니다."
최중경(사진)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성공 원인을 분석한 자신의 첫 저서 '청개구리 성공신화'를 펴냈다. 그는 필리핀 대사로 일할 때 우리나라의 경제 성공 공식을 전수할 개론서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경부 장관을 하면서 "이제는 써도 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정전(9ㆍ15 정전 사태)이 나 공직을 떠났다.
그런 최 전 장관을 2일 만났는데 '최틀러'로 불리던 뚝심은 여전했다.
그는 책 얘기에 앞서 정치권의 섣부른 재벌 개혁방안에 직격탄을 날렸다.
최 전 장관은 "경제 민주화가 안 됐으면 모두 다 정부에서 기업을 하고 있지 어떻게 재벌이 나올 수 있겠느냐"며 "어느 경우라도 자본주의의 근간은 유지하면서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벌 2ㆍ3세의 문제점은 지적했다. 그는 "2ㆍ3세대가 과거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면서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경제 민주화 얘기도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최 전 장관의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독재가 한계는 있지만 국가발전의 기틀을 닦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같은 식으로 최 전 장관은 책에서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전략, 외환통제, 점진적인 시장 개방 등을 우리나라 경제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공개채용과 높은 교육열, 정부 관료의 선견지명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차세대 먹거리는 무엇일까. 최 전 장관은 로봇을 골랐다. 그는 "로봇은 곧 가전제품이 될 것"이라며 "로봇산업은 정보기술(IT)과 기계산업이 맞물려 있는 부분이라 한국과 맞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슈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추진해야 하지만 신중론을 견지했다. 또 통상 분야는 산업과 다시 합쳐 통상산업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최 전 장관은 이르면 이달 말 미국 헤리티지재단으로 1년간 연구를 위해 떠난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성공 역사를 파트별로 나누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워싱턴에서는 석학들과 만나 얘기도 듣고 책도 추가로 써보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