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월 7일] 킨지 보고서

보고서 하나에 세상이 뒤흔들렸다. 앨프리드 킨지(Alfred Charles Kinsey)는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됐다. 1948년 1월7일 상ㆍ하권으로 발간된 ‘킨지 보고서’ 때문이다. 원제는 ‘남성의 성 행위(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 단어조차 금기였던 혼외정사와 동성애, 매춘에 대한 통계자료를 가득 담았다. 성행위 횟수와 인종별ㆍ국가별 성기의 크기 비교까지 그대로 실리자 보수적인 학자와 종교ㆍ정치인들은 분노를 내뿜었다. 대중의 반응은 엄청났다. 미국에서만 25만부 이상 팔리고 12개국에서 번역본이 나왔다. 논란 속에서도 킨지는 5년 후인 1953년 후속편을 발간한다. 이번 주제는 여성. ‘여성의 성 행위’ 보고서 내용은 전편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세상의 비난 속에 정부와 록펠러재단의 연구비 지원이 끊어졌다. 킨지는 연구를 잇기 위해 여론과 싸우다 과로가 겹쳐 1956년 62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킨지의 보고서는 성생활에 대한 최초의 통계분석서로 꼽힌다. 그는 남성 5,300명, 여성 5,940명과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보고서를 남겼다. 40년대 후반부터 50년대 초반까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리고 연구를 방해 받았지만 말벌을 전공한 인디애나대학 동물학교수의 성행위 보고서는 지금까지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다. 킨지 이후 성은 대중에게 파고 들었다. 킨지 보고서에서 힌트를 얻은 미국의 휴 헤프너가 1953년 선보인 ‘플레이보이’지의 판매부수는 한때 700만부까지 올랐다. 4,000억달러를 웃돈다는 전세계 섹스산업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킨지 보고서가 나온 지 불과 47년 만의 일이다. /권홍우ㆍ경제부차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