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주식투자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주식투자로 용돈을 벌어 쓴다는 신문기자 친구가 있었다. 증권담당은 아니고그렇다고 증권회사에 뻔질나게 드나드는 것 같지도 않았다. 평소 만날 때 주식에 관심을 보이거나 투자얘기를 하지도 않았다. 열심히 자기 일만 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주식으로 용돈을 벌어 쓴다고 하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어느날 점심자리를 만들어 그 비결을 가르쳐달라고 간청했다. 그 친구는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듯이 선선히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주가(株價)가 너무 떨어진다고 신문에 크게 날 때가 있지. 조금 더 있으면 바닥쳤다고, 모두들 죽는다고 아우성들을 치는 것이야. 정부는 왜 가만히 있느냐, 무슨 조치가 곧 나온다고들 할 때 슬며시 있는 돈 털어 주식을 사는 것일세. 튼튼하다는 회사, 장래성이 있다는 회사것으로. 그리고 잊어버리고 얼마 지내다보면, 이번엔 주가가 너무 뛴다고 신문에 나기 시작하네. 나날이 열기(熱氣)가 올라 과열됐다고 떠들고, 곧이어 정부가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리면 좀 아쉽더라도 팔아버리는 것이야. 이상하게도 이런 일이 일년에 한두 번은 반드시 반복되어 왔네. 꾸욱 참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증권시장이었어. 조바심들 칠 때마다 나는 용돈을 벌어 썼다고 할 수 있네.』 듣고 보니 특별한 게 아니었다. 그 말대로 되는지 안되는지 직접 실행을 해보지는 못했다. 다만 그럴사하게 들렸을 뿐이다. 우리 주변에는 양은냄비처럼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금방 부글부글 끓다가 어느틈에 싸늘해지는 것은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남아돌아간다고 했다가 곧 모자란다고 소란을 피는 것들, 그 반대로 모자란다고 떠들다가 남아돌아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들도 적지 않게 되풀이 된다. IMF를「I'M MOSTLY FORGOT」으로 우리는 벌써 다 잊어버렸다고 농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자란다던 달러가 충분하니 그동안 온 나라가 난리치던 외자(外資)를 이제는 그만 들여오라고 할는지도 모른다. 이러는 사이에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증권시장에 들어와서 엄청난 돈을 벌어 챙겨나갔다고 말한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동안에 무려 100억 달러의 투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신문보도이다. 종합주가지수가 300포인트 가량급등하면서 매매차익을 냈고, 거기에 환율이 떨어져 환차익까지 발생했다는 계산이다. 어느 틈에 외국인투자가들은 국내 증권시장을 좌우할만큼 큰손으로 자리잡았고, 그들의 향배를 살피는 우리 투자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개인용돈을 벌어쓰는 정도가 아니다. 제발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얘기만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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