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 더 나빠지면 민심 흔들" 대선 앞둔 새누리 목소리 높여

■ 수면 위로 떠오른 추경 편성<br>성장률 2%대 하락론에 선제적 재정 정책 주장<br>내년에 쓸 카드 없어… 재정부는 "더 지켜보자"

9개월 만에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을 의미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추경 편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상대적으로 재정이 튼튼한 우리 살림살이를 활용해 정부가 소규모 추경에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정치권의 경기 하강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 급하게 추경에 나설 경우 내년 상반기 경기에 대응할 카드가 완전히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다시 추경 편성 목소리 높아지나=새누리당이 다시 추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대선을 앞두고 하반기 경기가 악화될 경우 민심이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ㆍ4분기 4.2%를 기록한 후 4분기 연속 둔화추세를 지속하며 올 1ㆍ4분기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7%에서 3.3%으로 낮췄지만 일각에서는 2%대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나 홀로 호조세를 보이던 고용 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8개월 연속 40명 이상의 증가세를 유지하던 고용 실적은 지난 6월 40만명 밑으로 떨어지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였다.


12일 한국은행이 돌연 금리인하를 선택한 것도 시장에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통화정책이 경기부양으로 돌아섰다는 것은 경기가 하강 상태임을 확인해준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새누리당은 이 같은 상황에서 하반기 유럽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집착하기보다는 선제적인 재정 정책으로 충격을 방지할 안전 장치를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재정 확장 필요성은 공감하지만=정부 역시 하반기 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판단에는 공감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올해 경기 예측을 '상저하고'에서 '상저하중'으로 수정하고 성장률도 낮춰 잡았다.

정부는 그러나 이미 추경을 피해가는 방식의 대규모 재정 확대 대책을 내놓은 만큼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6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는 각종 기금의 여유자금과 예산 불용액을 최소화시켜 8조5,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들고나왔다. 서민생활 안정,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 서비스산업 육성 관련 기금을 2조3,000억원 증액하는 한편 경기보완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민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1조 7,000억원 늘리기로 했다. 예산 집행률도 예년 평균보다 1.6%포인트 높여 집행금액을 4조 5,000억원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정도 규모는 과거 추경보다 오히려 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특히 정부는 최근 유럽 재정위기 사태를 겪으며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현재의 재정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일단은 기금 증액 등을 통한 재정 투입을 서두르고효과를 지켜보는 것이 맞다"며 "추경 편성 등은 대외 여건을 보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추경 논의가 조만간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경기침체 속도가 가팔라질 경우 정치권의 추경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