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진단과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거주자,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등의 의료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달 내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반면 의협은 12일 결의문을 통해 원격의료 추진 반대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원격의료는 곧 핸드폰 진료인데 오진 위험성이 높고 안전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다"며 "전문가단체로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 의사들은 직접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개원의인지, 병원에 소속된 의사인지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이 엇갈린다.
원격의료의 경우 현재 정부 개정법안에는 동네 의원만 허용하지만 점차 규제가 풀려 일반 병원급에서도 다룰 수 있게 되면 시설 투자 여력이 충분하고 수술 이후 장기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이 많은 대형 병원에 원격의료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 소속 의사들은 원격의료에 대해 딱히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의료기관의 영리 자법인 설립도 병원 소속 의사들로서는 기회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회사의 수익이 모법인인 의료기관으로 더해지면 소속 의료진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고 자법인의 부대사업으로 의료 신기술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협 내부에서 의견 통일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다 보니 실제 파업 투표로 이어지더라도 반대표가 속출할 수 있고 자칫 단체 행동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총파업시기기 늦춰졌다는 분석이다.
파업에 반대하는 의사들이 많은 것도 의협의 강경투쟁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이날 노 회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도중 안과의사 임동권씨는 '대책 없는 파업 결정 반대한다. 원칙 없는 파업 결정 노환규 회장은 사과하라'는 문구가 적힌 선전물을 목에 걸고 들어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임씨는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쓰기로 하는 과정에서 회원들에게 내용이 전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어제 회의에서도 강성 발언 위주로 지지를 받아 이 같은 입장이 제대로 표출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회장 역시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꽤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 지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의협의 부담이다. 노 회장은 "대정부 투쟁을 하면서 파업 외에 적절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 큰 모순점"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준비가 미진했다고 생각한다"며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파업을 거론하는 이유가 국민과 의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국민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의협과 정부 간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실제적인 논의는 결국 의료수가 인상 등 동네의사들의 경영 여건 개선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원의나 봉직의(병원 소속 의사) 모두 자신들이 제공한 의료 서비스보다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대가인 의료수가가 낮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역시 수가 구조나 수가 결정 체계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직접 "과거 제가 공부한 바로도 의료수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수가 부족분이 비급여를 통해 보전되고 있는 만큼 수가 인상이 논의될 때는 비급여 부분의 축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한편 의협은 자신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도 밝혔다.
노 회장은 "의료 민영화라는 단어의 의미가 각기 다르게 해석되고 있어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분명히 할 수 없다"며 "내부에서도 의료 민영화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 그렇지 않다는 의견도 30%가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회원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해야 한다. 이는 곧 의료 민영화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의협이 나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병원들이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의무적으로 진료하고 국가가 정한 금액만 받도록 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제의 기본 체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