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가 내년에 침체에 빠지면 달러 약세가 선거전 막바지의 쟁점으로 돌연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20일 지적했다.
그레그 베일러 스탠퍼드폴리시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강한 달러’ 기조를 거듭 강조하면서 그간 달러 문제를 가급적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환율 정책’을 고수해왔음을 확인시키면서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인 폴 오닐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강한 달러 기조가 불변”이라며 “만약 이 정책이 바뀌기라도 한다면서 내가 뉴욕의 양키 스타디움을 몽땅 빌려서 대대적으로 공표하겠다”고 큰소리쳤음을 상기시켰다.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더글러스 엘멘도르프는 달러 가치가 미국의 고질적인 무역적자와 직결되는 사안임을 지적하면서 “달러 가치를 높이는 것이 특히 미국인 ‘장바구니’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점도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스티븐 웨인 조지타운대 행정학 교수는 달러가 대선 캠페인 초기에는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미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침체가 가시화되면 민주당 후보가 부시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 동원할 수 있는 새로운 카드로 달러가 본격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