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철학과 전략, 컨트롤타워가 없는 3무(無)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라는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만 통일부와 외교부·국방부·국가정보원 등 유관부처들의 업무를 조율하고 대북정책을 수행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5일 군사당국자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언론에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회담 종료 후 확인을 하는가 하면 그 이유를 놓고도 북한이 비공개를 제안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댔다가 북한에서 남쪽이 먼저 비공개를 원했다고 폭로하자 뒤늦게 이를 시인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의 NSC는 국민의 여론과 관계부처의 여론, 전략 등 모든 것을 감안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핵심사안을 논의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뜻만 받들면서 대북전략을 못 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NSC가 청와대에 속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의 특성상 변수가 많아 대북정책의 성과가 나오면 대통령에게 공이 가지만 반대의 경우 과도 대통령에게 가는 만큼 독립적인 기구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남북관계 전문가가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이 NSC 상임위원을 맡아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 개조 이야기까지 나오더니 어느 순간 전반적으로 긴장이 풀어지고 정부정책 곳곳에서 허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를 꿰뚫고 가장 약한 고리를 공격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국제공조에 나서고 내부적으로 합의를 이끄는 한편 정부의 역량도 제고해 힘을 결집해야 한다"면서 "총체적으로 긴장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북한에 대해 잘 아는 협상 전문가가 NSC 실장을 맡았는데 현 김관진 실장은 협상 전문가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적임자일 수 있으며 통일부 장관이 좀 더 목소리를 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5·24조치 해제 문제를 남북 간 대화로 풀어가자고 하는 등 기존의 대북 강경 모드에서 다소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좀 더 전향적인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이 남북 군사당국자회담 이튿날인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회담 과정을 폭로하는 등 남북관계가 또다시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2차 고위급 접촉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양 교수는 "남북한 최고지도자 모두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비록 군사당국자회담에서 성과는 없었지만 앞으로 대북 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총격전만 없다면 제2차 고위급 접촉은 성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로 예정된 보수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