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최수문기자의 Travelogue] 청계천 복원 10주년… 가야할 길 아직 멀다

청계천이 복원된 지 10주년을 맞았지만 도심하천으로서의 청계천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양분돼 있다. '청계천' 본질에 관한 것과 '도심하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주는 도심 속 쉼터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해석이 있다. 흐르는 물이 있고 새들이 놀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유원지로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거대 콘크리트 어항'이라는 지적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치부한다.

반면 다른 논리에 따른 반박도 존재한다. 지금 방식으로 복원된 청계천은 생태계의 일부로서의 자연하천이 아니다. 엉성한 복원공사가 원래 청계천에 대한 이미지마저 훼손했다고 본다.

3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2005년 10월1일 모습을 드러낸 복원 청계천은 다소 엉뚱한 모습을 시민에게 보였다. 서울 주위 산에서 내려온 하천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콘크리트를 쌓은 청계천 수로에는 대신 하루 4만㎥의 한강물이 쏟아부어지고 있다. 연간 관리비만 75억원이다. 청계천 동식물들은 이 수돗물에 기생하고 있다.


원래 청계천은 북악산과 인왕산·남산·낙산 등 서울도심 4대산에서 모인 물이 모여 한강으로 흐르는 자연하천이다. 조선 말기 20여개에 달했던 지천의 물줄기는 도시개발에 따라 하나씩 막히거나 복개로 지하화하기 시작했고 1977년 본류 격인 지금의 청계광장에서 마장동까지가 콘크리트 도로에 묻혔다. 이후 40년 동안 복원을 해야 한다는 논의는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서울 구석구석(한양도성 4대산 구역 안쪽)에 실핏줄처럼 흩어져 있는 지천의 물줄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수십 년이 걸릴 대역사로 예상됐다.

관련기사



2003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발상은 다소 독특했다. 꼭 자연하천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식이었다. 즉 본류 일부만 복개도로를 걷어내고 한강물을 갖다 부으면 청계천처럼 보이지 않느냐는 발상이었다. 초단기 3년 만에 탄생한 것이 지금의 복원 청계천이다.

모두가 청계천으로 부르고 있지만 이것은 분명 '하천'은 아니다. 또 조선시대 '개천(開川)'이라는 이름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발원지가 인왕산 아래 청풍계(淸風溪)지역이라고 청계천(淸溪川)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더 이상 물도 인왕산에서 나오지 않는다.

청계천의 완전한 복원을 위해서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복원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의 서울시가 상류까지 복원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은 희망적이다.

서울시는 오는 10월3일 청계천의 하류인 고산자교 문화광장에서 청계광장까지 '청계천 복원 10주년 기념 시민걷기대회'를 연다. 현재의 '청계천'이 시작하는 청계광장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텐데 서울시는 거꾸로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온단다. 청계천의 지천까지 제대로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싶다.

/chsm@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