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中企적합업종 논의에 부쳐


동반성장이 목하 우리 경제 사회의 화두다. 심화돼가고 있는 대ㆍ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문제, 거래 지위의 불균형에 따라 유발되는 기업 간 거래의 갈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라 하겠다. 특히 동반성장의 한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 관해 논란이 많다. 대기업 쪽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은 시장 진입을 사전에 막는, 경제이론에 도대체 맞지 않는 대책이고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소기업 쪽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과도한 사업영역 확장으로 설 땅이 없어졌으므로 일정 업종에서나마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독과점화·과당경쟁 규제해야 대기업 측이 주장하는 논리는 순수 경제이론 측면에서 보면 적합업종을 선정해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과 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므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평균비용이 최소가 되는 기업규모, 즉 최소효율규모(Minimum Efficient Scale)가 작은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업종인데 중소 규모의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업종이라면 시장진입장벽이 없더라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경쟁력을 가질 것이므로 굳이 정부가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해 경쟁을 제한하는 등 불필요한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소위 정태적 경제이론에 입각한 극히 편협한 주장이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 동태적 경제이론을 원용하면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고 이론을 현실에 맞추려는 주객전도의 주장인지 알 수 있다. 비근한 예로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 회사 사례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초기에 동네 빵값과 비슷한 가격, 깔끔한 인테리어를 무기로 매우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갔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높아진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흘러 동네 빵가게가 점차 사라지자 우리는 높은 시장 점유율의 P사와 C사가 빵값을 올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고급 소비자는 P사나 C사의 빵을 사먹으면 되고 싼 것을 원하는 소비자는 시장에 가서 사먹으면 되는 것이 시장경제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이전보다 소비자는 불편해졌다. 이것이 바로 독과점화의 폐해다. 두 번째로, 산업정책론에 의하면 과당경쟁 상태의 업종에 대해서는 진입규제정책이 처방으로 쓰인다. 우리나라 362개 업종에 대해 최소효율규모를 추정한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중소기업 적합형 254개 업종의 경우 거의 대부분이 사업자가 과다한 상태다. 이런 업종에 새로 진입한다는 것은 자금력 등을 앞세운 약탈적 가격행위를 전제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이며 이는 동기야 어떻든 앞에서 살펴본 빵가게 시장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체제 발전위해 공생 바람직 시장경제체제에서 경쟁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렴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경쟁력이 올라가고 경제가 성장해나갈 수 있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경쟁은 유의미한, 유효한 경쟁이어야 한다. 지난 1970년대 대처리즘 이후 30년 이상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무차별적 경쟁을 강조했던 신자유주의는 이미 종말을 고하고 있다. 실업과 양극화 문제로 시름하는 시장경제체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공유하고 공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커져가고 있다. 편협한 이론에서 벗어나 어떻게 우리 경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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