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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어를 평정하고 일본으로 떠난 지 2년, 일본 투어에 전념한 기간만 따지면 이제 첫해를 보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보미(25ㆍ정관장)는 일본에서 데뷔한 골퍼처럼 이질감이 없다.
일본어 실력은 TV로 일본 방송을 보면 3분의2를 못 알아듣는 초보 수준이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투어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걸 좋아해 귀걸이나 시계를 수집하는데 한국에서 산 액세서리를 일본선수들한테 선물하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2위(1억800만엔ㆍ약 13억3,000만원)에 오른 건 기량도 기량이지만 몸에 밴 사교성도 한몫 톡톡히 한 것 같다. 지난해 말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보미는 "JLPGA 투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팬들의 관심이 덜한 것 같다. 새해엔 일본 투어에서 뛰는 한국선수들한테도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 드린다"며 애교 섞인 미소를 던졌다.
한국선수들은 2010년과 2011년 안선주에 이어 지난해 전미정까지 3년 연속으로 JLPGA 투어 상금퀸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는 35개 대회에서 16승을 합작하며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이보미 역시 2011년에는 국내 투어(12개 대회)와 JLPGA 투어(14개 대회)를 병행하는 동안 일본에서 공동 3위가 최고 성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26개 대회에 나서 3승을 보태며 어깨를 폈다. 이렇게 잘나가니 일본 투어 내에서 한국선수들을 시기하는 세력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보미는 "그런 건 전혀 못 느낀다. 협회장도 워낙 잘해주고 다들 인정해주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보미가 일본 무대를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든든한 팬클럽 덕분이다. 2010년 4관왕(대상ㆍ상금ㆍ다승ㆍ최저타수)에 오르는 등 화려했던 국내 투어 시절부터 팬이 많았던 이보미는 일본에도 팬클럽이 있다. 50대 후반의 일본인 신사가 지난해 초 이보미를 응원하는 블로그를 만들면서 일본인 팬들이 몰렸다. 지난달 중순엔 블로그를 통해 선착순 50명을 모집, 일본 지바에서 이보미도 참석한 송년회를 열었는데 1,000명이 넘는 팬들한테서 신청이 쇄도했다. "아이폰ㆍ귀걸이ㆍ케이크ㆍ인형 등을 선물 받았어요.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줘서 행복하다'는 말에 감동이 되더라고요."
2011년이 일본 투어 적응, 2012년이 가능성 확인의 해였다면 새해 이보미의 키워드는 '정복'이다. 오는 8일 미국 올랜도로 떠나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일본에 집도 구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상금 1위 해봤으니 일본에서도 상금퀸에 오른 뒤에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에요. 일본에 올 때부터 그런 마음이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올핸 3승 이상은 해야 하는데…. 5승 정도 쌓으면 상금퀸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