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뒷골목] 부동산 정책 홍수의 함정


경제용어에‘유동성 함정’이란 말이 있다. 유동성 함정이란 한계 수준 이하로 떨어진 금리를 추가로 내려 통화량을 늘려도 소비와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회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케인즈가 1920년대 세계경제 대공황때 통화량을 늘렸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음에 따라 제기한 학설로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게 되지만 이자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에 이자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현금 보유를 늘리고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아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재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부동산 정책의 홍수가 이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서민들의 주거안정과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 주택거래신고제,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각종 부동산 규제책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고 투기세력 차단과 공평과세 실현 명분으로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을 현실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정책은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권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강남권 등 이른바 블루칩 지역들의 집값은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 5월중 강남구와 송파구는 각각 2.1% 상승했고 분당과 과천은 무려 6.3%, 4.4% 각각 급등세를 보였다.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 증가로 주택매물이 사라지고 세금 증가분 만큼 집값을 올려 집값이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강북권은 0.5% 내외 하락세를 보였다. 강남 집값은 오히려 상승하고 서민들의 밀집지역인 강북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결국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유동성의 함정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올 경제성장률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강남권의 재건축 지역에 임대주택을 지어도 주머니가 얇아진 서민들이 과연 임대주택에 입주할 경제적 능력이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케인즈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을 때 금융,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을 펴는 것이 효과적이라 주장했다. 기존 경제정책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 일변도의 대증요법 보다는 공급을 확대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부동산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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