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와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ㆍ중견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국제개발기구가 발주하는 컨설팅 분야 조달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EDCF가 중견ㆍ중소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발주한 총 140억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도로망 연결 사업에 '㈜한국해외기술공사ㆍ㈜건화 컨소시엄'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두 업체는 국내 중소ㆍ중견 엔지니어링 업체로 이번 사업에서 총 70㎞ 구간의 도로 확장 및 부대공사를 감리하게 된다.
세계은행(WB)과 ADB 등 국제개발기구 조달시장은 교통ㆍ수자원 등 인프라 관련 컨설팅(설계ㆍ감리)과 시공ㆍ기자재 분야에서 매년 발주 금액이 늘면서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분야에서 WB와 ADB가 지난해 발주한 금액만도 223억달러에 달한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사 해외 사업 실적 부재, 입찰서 작성 경험 부족, 해외 발주처 공무원들과의 관계 미비 등으로 시장에 접근하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개도국 인프라 차관 제공 등 해외 원조 사업을 이끌고 있는 EDCF 사업 참여가 늘면서 우리 기업의 국제개발기구 조달시장 진출도 확대됐다. EDCF의 사업타당성조사, 컨설턴트 및 시공 분야 참여 경험이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을 준 것이다.
실제 수출입은행이 최근 5년간 EDCF 사업에 참여한 국내 업체들을 상대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WBㆍADB 컨설팅 조달시장에 참여한 업체 수와 수주금액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업체 수는 2008년 8곳에서 2009년 3곳, 2010년 12곳, 2011년 13곳, 2012년 23곳, 2013년 26곳이었으며 수주 금액은 같은 기간 400만달러에서 6,100만달러로 15배 커졌다.
수은 관계자는 "EDCF 참여 실적은 국제개발기구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해외사업 실적으로 모두 인정될 뿐 아니라 입찰 과정이 거의 동일한 절차와 내용으로 이뤄졌다"면서 "EDCF 사업 참여가 국내 시장 포화에 직면한 국내 중소ㆍ중견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국제개발기구 조달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