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밸리] 두루넷 '3분기 2억흑자'의 이면
두루넷은 최근 '올 3분기 2억원 흑자 실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그동안 줄곧 적자를 보이던 회사가 순이익을 냈다니 의외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EBITDA 기준으로 흑자라는 얘기였다.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 Amortization의 약자로 이자, 세금, 감가상각을 하기 전의 이익이란 뜻이다. 이 지표를 보면 영업 부문만을 보는 것으로 여기에서 이익을 냈다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 두루넷의 입장에서 더욱 중요한 지표는 이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BITDA가 나오면 다음은 꾼 돈에 대한 이자 내고 나라에 세금내고 다른 기업들처럼 감가상각을 하는 일이 남아있다. 월급명세서에서 뗄 것 떼고 난 다음의 금액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월급쟁이처럼 다 떼고 나면 두루넷은 올 3분기에 364억원의 적자다.
특히 회사의 안정성을 보는 부채비율은 지난해의 69%에서 3분기 508%로 폭증했다. 남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에는 EBITDA 기준으로 흑자를 낸 것은 초고속망 가입자를 모집하면서 남들처럼 '설치비를 면제해주는 등의 과당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나와있다. 과연 그럴까.
지금 당장 동네에서 두루넷에 가입을 하면 설치비는 물론이요 1개월 이용료, 랜 카드, 나우누리 이용권 등을 공짜로 서비스받을 수 있다. 최근에 정부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이런 과당 경쟁 때문이다.
두루넷은 또다른 EBITDA 기준의 이유로 '케이블모뎀 방식의 수익 모델이 우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남들이 하는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방식에 비해 투자비가 적게 드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원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그동안 몇번에 걸쳐 서비스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두루넷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다. 장사 잇속만 챙기고 돈 받은 만큼의 서비스는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자료는 정작 중요한 부분을 비켜간 느낌이 강하게 든다. 게다가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도 모순덩어리다. 이 같은 내용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두루넷이 자료를 과감하게 낸 진짜 이유는 뭘까.
한기석기자
입력시간 2000/11/3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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