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성을 더욱 높여야 합니다.” 35년간 자동차 외길을 걸어온 ‘자동차 맨’ 이영국(60ㆍ사진) GM대우 사장. 올해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청춘을 온전히 바쳤던 ‘현장’을 떠나는 그가 남긴 애정어린 충고다. 이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의 임금수준은 국내 자동차의 브랜드파워나 제품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높은 임금에 걸맞은 생산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기술개발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생산성은 지금보다 한단계 향상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지난 1973년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GM코리아 공채 1기로 입사해 35년간 부품개발과 생산기술 등 생산현장을 지켜온 최고의 자동차 생산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세월에 남는 아쉬움을 묻자 “외환위기로 대우차가 GM에 매각된 것이 가장 안타깝다. 당시에 조금만 더 여력이 있었다면 GM대우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텐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GM대우는 현재 GM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에서 만든 자동차를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다”며 “헐값에 팔렸다는 비판도 있지만 만약 당시 포드에 매각됐다면 현재와 같은 GM대우의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긍정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GM대우의 브랜드파워는 여전히 미약하다. 해법은 뭘까. 이 사장은 “해외시장보다는 국내시장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해온 것이 브랜드파워 강화에 오히려 독이 됐다”며 “차의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삼고 도전한다면 브랜드파워는 자연스레 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장은 내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 디트로이트로 건너가 GM 본사의 ‘글로벌 생산 부문 스페셜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인생의 2막을 연다.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현직에서 은퇴한 GM의 임원들은 대부분 완전히 현장에서 떠난다”며 “이 사장의 경우 매우 이례적인 일로 35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그의 전문성을 GM 본사가 인정한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