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오는 2017년 1월로 계획돼 있던 서울 삼성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착공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옛 한국전력 별관부지 지하에 위치한 삼성변전소 이전이 인허가권을 쥔 강남구에 막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별관부지는 115층 높이의 본사 건물이 세워지는 곳으로 지하 변전소와 전력설비를 이전해야만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수 있다.
15일 서울시와 강남구, 일선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 별관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삼성변전소를 한전부지 내 가장자리로 옮기는 작업이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는 변전소 건축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강남구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마냥 기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축허가와 관련된 건축법 제8조 및 제11조에 따라 새롭게 지을 변전소 건물은 21층 이하, 10만㎡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로 분류돼 서울시장이 아닌 강남구청장 소관이다.
삼성동 일대 주택·병원 등 6,035가구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변전소는 축구장 절반 크기가 넘는 지하 2층·3,924㎡ 규모로 각종 전력설비를 이전하고 철거하는 데만 최소 1년 반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변전소 이전건물 신축 및 설비 이동에 돌입해도 2017년 1월부터 현대차 본사 공사를 시작하기엔 빠듯한 셈이다.
문제는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강남구의 건축인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현재 서울시와 강남구가 지구단위계획구역 확장 및 기부채납 사용방식을 두고 대립하고 있는 데다 강남구에서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사전협상대상자로 서울시를 상대하며 동시에 강남구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난처한 위치에 놓였다"며 "공공 기여 사용방식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강남구가 건축인허가를 쉽게 해줄 리 없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강남구에 건축인허가 신청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께 건축인허가 신청을 위해 사전협의에 들어갔지만 강남구 반응이 시원찮아 접수조차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오히려 공공 기여 내용이 담긴 사전협상제안서를 보여달라고 해 난처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남구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강남구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변전소 건축 인허가가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승인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를 상대로 지구단위계획구역 확장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준비 중인 강남구는 현대차그룹의 변전소 건축인허가 신청에 대한 진행 상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관계자는 "건축 인허가 신청 접수는 받았지만 아직 진행 중인 부분이 없고 밝힐 수 있는 내용도 없다"며 "삼성동 한전부지는 특수한 경우라서 건축인허가에 필요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