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중앙은행 식물화

"中企 유동성 지원 축소" 주장 불구<br>정부 압박에 총액한도대출 동결

한국은행이 정부 당국에 또 졌다.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던 오는 2012년 1ㆍ4분기 총액한도대출 규모가 7조5,000억원으로 동결된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앞서 금통위 내부에서는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고 판단, 유동성지원의 축소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정부가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을 준비하고 있어 이를 고려해 축소시점을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도 올리지 못하고 유동성 환수도 하지 못하는, 사실상 중앙은행이 '식물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12년 1ㆍ4분기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전 분기와 같은 7조5,00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지난해 4ㆍ4분기 8조5,000억원에서 올해 1ㆍ4분기 7조5,000억원으로 줄인 후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해왔다. 총액한도대출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한은이 은행에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일종의 정책금융이다. 7조5,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은 무역금융, 기업구매자금 대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에 사용되고 1조원은 중소기업 패스트트랙, 4조8,000억원은 지역본부 몫으로 책정돼 있다. 총액한도대출의 축소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자금이 적재적소에 대출되는지 검증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예정보다 회의시간이 길어졌는데 총액한도대출의 축소 등을 놓고 밀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한 번도 없었고 총액한도대출은 상시화돼 있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건전한 중소기업을 갉아먹는 결과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실물경기 침체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총액한도대출 제도 전반을 밀도 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