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케이블TV 규제 변화조짐 보인다

공정위 "권역확대로 경쟁 유도해야" SO 독과점문제 지적<br>방송위선 IPTV도입따른 '20%소유규제' 철폐 긍정 입장


‘권역 확대냐, 소유 규제 완화냐’ 케이블TV 정책의 양대 규제 기조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역독점 사업권(프랜차이즈) 시스템과 소유규제 제한(20%룰)이 그것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본격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고, 인터넷프로토콜TV(IPTV) 도입 등에 따른 방송환경 변화에 따라 국내 케이블TV 산업의 근거가 돼 왔던 규제가 새삼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규제의 목표도, 변화에 따른 양상도 분명 다르지만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의 규제만 바뀌어도 국내 미디어 시장의 지형도는 일거에 뒤바뀔 수 있다.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인수합병(M&A)과 사업자간의 무한 경쟁이 촉발될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 공정위 등 관련 규제 기관들은 각자의 입장 차이는 크지만 분명 현행 규제에 대한 변화는 예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업자간 본격 경쟁 가능할까 공정위는 현재 방송정책의 두 축인 프랜차이즈화와 대형 업체(MSO)의 출현이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독과점 남용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공정위가 제시한 문제 해결의 방법은 규제 완화와 경쟁 촉진. 전국을 77개로 잘개 쪼갠 현행 방송권역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권역을 줄이고 권역 당 2개 이상의 사업자의 경쟁을 유도하면 자연스레 케이블TV 시장의 독과점 문제는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 95년 정부가 케이블TV를 도입한 이래 유지해왔던 ‘1권역 1사업자’ 프랜차이즈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바꾸는 정책이다. 현재 77개 권역 가운데 지역 독점 사업권역은 약 60개. 나머지 17개 권역은 케이블TV 도입 이전부터 난시청 해소를 위해 존재했던 중계유선(RO) 사업자가 2000년 방송위의 케이블TV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SO로 전환해 경쟁한 사례로 예외적 경우다. 공정위의 주장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우선 지금의 권역은 유지한 채 독점권역에 경쟁사업자를 출현시키는 것이다. 서울 강남에 현재 GS강남방송 외에 또 다른 SO가 설립되는 방식이다. 또 하나론 인접 방송권역간의 경계를 터 권역 수를 줄이고 자연스레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별도의 권역인 경기 성남과 수원을 하나로 합쳐 아름방송과 티브로드가 경쟁에 나서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다면 후자의 방법이 더 이치에 맞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지난 12년간 지속된 정부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아야 한다는 동시에 지나친 경쟁으로 과거 통신정책에서 불거졌던 과잉 중복 투자와 저가 수신료 왜곡 심화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인접권역 통합이 이뤄질 경우 다시 망을 깔거나 경쟁 사업자 망을 개방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데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방송 주무부처인 방송위 역시 “검토된 바도 없고 현실화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방송위의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도 케이블TV의 지역 프랜차이즈를 폐지한 나라는 없다”며 “이미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가 대체재로 존재하고 향후 IPTV까지 도입되는 상황에서 케이블끼리 또 경쟁을 유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IPTV가 20% 룰 해소하나 케이블TV의 또 다른 규제인 소유규제 정책 역시 IPTV 도입 등과 더불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송위는 프랜차이즈 철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 문제에 있어서는 보다 유연한 방침을 갖고 있다. 업계 역시 향후 통신 사업자와의 본격 경쟁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방송법은 전국 77개 방송권역을 한 사업자가 15개(20%)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티브로드, 씨앤앰, CJ케이블넷이 모두 15개 턱 밑까지 SO를 갖고 있는 것도 이 규제 때문. 업계의 주장이나 방송위가 과거 밝힌 대로 현행 5분의 1 규제를 3분의 1로 완화할 경우 1개 MSO에선 최대 25개 SO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지역 군소 SO에 대한 인수는 물론 대형 MSO간의 결합까지도 가능한 수치다. ‘규모의 경제’로만 따진다면 KT, 하나로텔레콤 등 거대통신 사업자와의 핸디캡 없는 경쟁 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철폐를 일축하는 방송위도 이 문제에 있어선 조창현 위원장이 직접 “IPTV 법안이 통과돼 규제가 완화되면 케이블 역시 규제를 완화하는 게 맞다”고 밝힐 정도다. 방송위 관계자 역시 “규제 완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IPTV 면허권 문제에 대해 동일 규제 원칙을 견지하는 만큼 이 문제 역시 연구과제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작은 지역단위 독과점도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공정위가 이 같은 소유 규제 철폐로 인한 (케이블의) 더 큰 독점화를 용납할 지는 미지수다. 전화, 초고속인터넷 등과 달리 동일한 서비스에 대한 대체재가 사실상 없는 현실에서 독과점의 영역이 더욱 커지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소유규제 완화의 현실화가 이뤄지면 그에 걸맞게 IPTV, 위성방송 등에 대한 규제 역시 재검토돼야 한다는 점 역시 방송위로선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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