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개장하는 K-OTC(Korea-Over The Counter Market·금융투자협회 장외시장)에서 삼성SDS 등 비상장 우량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는 K-OTC에서 거래될 56개 기업을 지정해 발표했다. 삼성SDS 외에 미래에셋생명·KDB생명·IBK투자증권·매일방송·SK건설·포스코건설·하이투자증권·LS전선 등이 포함됐다.
K-OTC는 기존 금융투자협회의 장외 주식 거래시장이던 프리보드를 확대개편한 것이다. 이번에 신규지정된 56개사와 기존 프리보드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48개사가 K-OTC시장에서 25일부터 거래된다.
기존 프리보드에서 거래된 기업은 중소업체 중심이었지만 이번에 신규 지정된 56개사에는 우량 대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협회에 따르면 56개사의 평균 자본금은 659억원, 평균 매출액은 6,327억원이며 이 가운데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10개사, 매출액 1조원 이상은 7개사다.
K-OTC가 출범하면서 투자자들은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한 뒤 전화 주문이나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편리하게 비상장 우량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기존에 장외주식을 거래하려면 38커뮤니케이션 등 사설 장외주식 호가 게시판에서 개인들이 직접 호가를 제시한 다음 연락처를 주고받고 은행계좌 이체 등을 통해 대금을 입금하거나 사설 브로커를 통해 거래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K-OTC에서는 HTS를 통해 제시한 매수호가와 매도호가가 맞으면 바로 거래가 체결된다. 주식과 위탁증거금 100%가 거래자의 증권사 계좌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높다. 거래수수료도 0.09%로 기존 사설브로커 평균 거래수수료 1.5%보다 훨씬 저렴하다.
K-OTC에서 거래되는 종목의 거래 첫날 기준가는 주당 순자산가치로 산정되며 거래 첫날에는 가격제한폭을 30~500%까지 인정할 계획이다. 이후 가격제한폭은 전날 종가 대비 ±30%가 적용된다.
김정수 금융투자협회 K-OTC부 부장은 "K-OTC에서는 호가정보와 시세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매매체결시 결제가 안전하게 이뤄져 비상장주식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장외주식 거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K-OTC가 채택한 상대매매 방식 때문에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대매매방식이란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이 일치해야만 거래가 체결되는 것으로 가격우선원칙(팔 때는 낮은 가격을, 살 때는 높은 가격을 호가의 우선 순위로 결정하는 원칙)을 적용하는 경쟁매매시스템과 비교해 불편함이 따른다. 이 밖에 장외주식을 매도하면 양도소득세(대기업 20%, 중소기업 10%)를 내야 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협회 관계자는 "상대매매라 하더라도 호가제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참여자가 늘어나면 매매의 불편함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