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구만 하면 발부" 영장 엄격심사 필요

법원이 구속영장과 달리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압수영장)을 너무 손쉽게 수사기관에 발부해주고 있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14일 내놓은 사법연감에 따르면 연도별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1999년 86.4%에서 2000년 86.7%, 2001년 87.4%, 2002년 86.8%, 2003년 86.4%로 꾸준히 87% 전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압수영장 발부율은 1999년 99.3%, 2000년 97.5%, 2001년 97.4%, 2002년 97.6%, 2003년 95.6%로 소폭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구속영장에 비해 매우 높은 발부율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사람의 신병을 강제로 구속할 수 있는 체포영장 발부율은 1999년 99.7%,2000년 99.5%, 2001년 99.7%, 2002년 99.6%, 2003년 99.6%로 100%에 가까운 수준이어서 수사기관이 청구만 하면 거의 예의없이 발부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속영장과 체포ㆍ압수영장의 발부율에 커다란 차이가 나는 것은 영장의 성격과 효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법원의 설명.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에서 청구되고 체포영장에 비해 구금기한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에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을 엄격히 심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법원의 한 영장전담 판사는 "체포ㆍ압수영장의 발부율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들 영장은 수사 초기에 신병을 확보하거나 범죄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수단인 만큼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사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야 법조계는 영장의 종류에 따라 발부율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체포ㆍ압수영장 발부율이 100%에 가까운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검찰의 수사편의를 위해 체포ㆍ압수영장을 마구잡이로 발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피의자 인권보호나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발부 요건을 좀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체포ㆍ압수영장의 높은 발부율은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위해 체포.압수 등 강제 처분의 요건을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작업이 진행중인 시대적 상황과도 맞지 않다는지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긴급체포가 너무나 쉽게 이뤄지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오.남용 방지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며 후속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대안을 마련중이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