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은 예고된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소형차 부문에 경쟁력이 있는 업체들이 불황기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관심사는 급부상하고 있는 피아트와 폭스바겐, 이밖에 소형차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포드 등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완성차 업체도 판도변화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세워놓은 만큼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생산체제의 유연성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세계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인수합병(M&A) 열풍이 국내에서도 실현될지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협력 생산성 높여야”=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7일 “현대ㆍ기아차는 이미 연비와 품질ㆍ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 있는 소형차를 개발할 계획과 준비가 돼 있다”며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뀐다 해도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말 현지전략형 소형차 개발을 위기극복의 해법이라고 판단, 주요 공략시장에 맞는 소형차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시장 개척 및 유연한 생산체제 확립은 아직 풀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의 판매망을 이용해 유럽은 물론 북미 시장을 공략할 경우 현대ㆍ기아차의 입지가 자칫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시장개척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또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첫걸음을 시작한 혼류생산 등 유연한 생산체제 구축 역시 시급한 과제다. 품질경쟁력은 물론 생산성에서도 뒤처지지 않아야 재편된 시장에서도 정상권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시장에서 현대ㆍ기아차 중소형 차종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그러나 노사협력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업계 M&A 가능성 낮아”=자동차업계의 M&A와 관련,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에서는 좀처럼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상이 될 매물이 제한적인데다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M&A 대상으로 유력한 것은 쌍용자동차.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계속 진행돼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진다면 향후 매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쌍용차에 큰 관심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완성차 업체 간 M&A는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만약 쌍용차가 몸집을 크게 줄인 후 매물로 나온다면 자동차산업에 관심 있는 중견기업들이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세계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 간의 합종연횡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물론 GM대우 역시 아직 진로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차업계에도 M&A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