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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냉연2공장. 최근 기자가 찾은 이곳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현대제철이 아닌 현대하이스코 공장이었다. 지난해 말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냉연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소속이 바뀌게 됐다. 아직까지 공장 내외부에 현대하이스코 브랜드가 달려 있는 것도 변화가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게 해준다.
현대제철 냉연2공장은 현대제철에서 생산한 열연코일을 자동차용 강판으로 쓰일 냉연코일로 가공하는 곳이다. 냉연2공장 안쪽에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줄지어 있는 시커먼 압연코일이다. 첫 공정은 코일 형태로 감긴 철판을 평평하게 푸는 것부터 시작된다. 코일들은 판재 압연설비에 실려 앞으로 진행하며 감겨 있던 것이 펴진다.
다음으로는 염산으로 코일 표면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산세 작업에 들어간다. 염산으로 된 커다란 욕조에 코일을 담가 표면을 세척하고 다시 물로 깨끗하게 닦은 후에 건조시킨다. 산세는 표면 처리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금속 표면에 생성된 스케일을 없애는 것이다. 스케일은 금속 표면의 금속 산화물(녹)을 가리킨다. 이어서 6개의 압연롤을 통과하면서 제품 스펙에 맞게 두께와 넓이가 조절된다. 국내 최초의 고장력강판 생산을 위해 여섯 번의 압연과정을 거치는 설비가 장착됐으며 여기까지 거치면 중간재가 완성된다.
중간 과정을 지난 제품은 아연 도금 전에 800도가량의 고온으로 열처리를 진행한다. 표면에 붙은 각종 오일·먼지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다음으로 연속용융아연도금설비(CGL)와 냉연 및 아연 도금강판 복합설비(CVGL) 등의 공정에 들어간다. 일반 철강재는 부식에 약해 이 과정을 통해 내식성이 커진다. CGL은 냉연강판을 아연이 녹아 있는 욕조 속에 통과시키는 방식이고, CVGL은 전해법으로 아연피막을 입히는 것이다. 길게 늘어진 철판이 휴지처럼 걸려 있는 공간이 눈에 띈다. 작업이 끊이지 않고 계속 진행되도록 미리 철판이 대기하며 저장되는 루퍼라는 곳이다. 특이하게도 모든 과정이 밀폐처리 상태로 이뤄진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파리 한 마리라도 표면에 앉을 경우 불량 제품이 발생하게 된다"며 "냉연공장은 철강업계의 반도체 공장으로 부를 정도로 청정 상태에서 정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공정을 마치고 나온 제품은 표면에 얼룩이나 스크래치가 하나라도 있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이렇게 만들어진 냉연강판은 처음에 봤던 거무스름한 짙은 회색이 아닌 반짝이는 은빛으로 변해 있다. 당진 냉연2공장에서 완성된 냉연강판은 상당수가 현대·기아자동차의 차체에 쓰이기 위해 국내외 공장으로 이동한다. 이승희 현대제철 과장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당진공장 3고로와 현대하이스코로부터 흡수한 냉연공장의 합병 시너지를 통해 올해 현대제철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