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예금과 함께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상품이다. 예금으로 끌어들인 돈을 고객에게 빌려주어 받는 이자가 은행의 가장 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상품의 품질과 내용을 결정하는 주체는 상품공급자인 금융기관이 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수년전만해도 은행의 대출 및 예금상품의 내용을 사실상 금융당국에 맡겼던 은행들이 대출이자와 기간 및 상환방법을 차별화시킨데 이어 대출중도상환수수료까지 부과하겠다고 한 것은 금융자율화의 큰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엄청난 구조조정을 겪고 외국계은행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은행들의 생존전략인 수익성위주 경영의 일환으로 보인다.
수익성위주의 경영은 쉽게 말해 철저한 장사속으로 볼 수 있다. 돈장사는 이제 연고나 권력 등에 밀려 아무에게나 빌려주는 시기는 지났다. 신용분석이 철저해지고 여신관리기법이 까다로와진 것이다. 대출금이 만기전에 상환될 경우 돈굴리기에 큰 자질을 빚게 마련이다.
최근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향되면서 고금리대출금의 중도상환이 증가하고있는 만큼 은행들이 자금운용에 애를 먹는 것은 이해할만 하다. 중도수수료는 이같은 불이익에 대한 대가로도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본적인 대출관행이기도 하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에는 허용하면서 국내은행에는 제동을 걸 경우 역차별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울 및 제일은행 등 새로 진출한 외국계은행들의 막강한 시장잠식력을 감안할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여건을 볼때 당분간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빌린 돈을 먼저 갚은데 왜 벌칙금을 물어야되느냐는 국민정서도 고려되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재무상태다. 우리 기업의 엄청난 부채비율은 환란의 직접적인 요인이 됐다.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기업의 부채감소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부채를 하루라도 빨리 상환하는 것은 장려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IMF사태 직후의 고금리대출은 빨리 해소될수록 기업경쟁력은 더 빨리 회복될 수 있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과정에 엄청난 국민세금(공적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방적인 수익성 탓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금융당국도 관련 약관을 심사하면서 이점을 중시해야 마땅하다. 외국은행과의 형평성차원에서 중도상환수수료제를 허용하더라도 기업들의 부채 조기 감축에 걸림돌이 되지않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되는 시점에서 선진국 수준의 중도상환수수료제를 허용해도 늦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