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사업부제」 새 쟁점으로

◎재계,공정법 개정안에 포함 공식 반발/재벌 중기업종 침해 방지위해 불가피/청와대 강력 요청으로 공정위서 수용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작업의 막바지에 기업의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등도 탈법행위의 하나로 규정,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재계가 11일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혀 새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업부제 문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당정간에 거의 합의된 단계에서 갑자기 불거져 나왔다는 점과 특정재벌의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이 사업부제와 맞물려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제차관회의에서 이환균 재정경제원차관은 사업부제를 통한 부당행위에 대해 제재조항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고 이강우 공정위부위원장이 이를 수용하기로 일단 합의함에 따라 갑자기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어 다음날인 31일 한승수 부총리 박재윤 통산부장관 김인호 공정거래위원장이 긴급회동을 갖고 이 문제를 이번 법개정에 포함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사업 진입문제는 이미 두달여전부터 청와대쪽에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도록 요청했다. 이에대해 공정위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제약할 위험이 크다며 그동안 반대입장을 표명해왔다. 그러나 법개정 막바지 단계에서 청와대측의 강력한 요구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돼 공정거래법 15조 탈법행위의 일종으로 규제키로 하고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에서 정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부를 통한 신규진입의 탈법행위 여부는 결국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의 문제로 귀착되므로 청와대와 공정위가 서로 위신을 잃지않는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재벌들이 사업부형태로 중소기업 업종에 진입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공식 주장하고 있다. 재벌들이 사업부를 통해 중소기업 제한업종에 진출하는 것은 현행 규정상으로도 제한돼 있다. 또 사업부제를 통한 신규진출이 기업결합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부분도 현행 공정거래법상 얼마든지 문제삼을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정부가 기업의 활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는 시점에서 유독 이 문제가 제기된 것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그런데 일반 부당행위가 사후적 조치인 반면 기업결합심사는 사전적인 조치이므로 이번 결정이 최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그룹의 제철업 진출과 관련이 있을 거라는 소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의 제철업진출 문제는 이석채 청와대 경제수석 취임후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 차원에서 정부가 불허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최근 현대그룹이 제철업 진출과 관련, 부지선정 과정등을 통해 「바람잡기」에 나선데 대해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이달안으로 통산부에 제철업진출과 관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방침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형태(사업부 혹은 신규법인 설립)로 진출하든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성 여부에 대한 심사를 받을 공산이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제철업에 진출할 경우 그룹내 다른 계열사가 소비하는 철강수요를 자체 조달하는 수직결합의 형태가 되므로 이 부분에 대한 경쟁제한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사업부제의 규제가 정부의 관련부처인 공정위의 논리를 제치고 추진되고 있다는 점과 그 추진 배경이나 시점의 투명성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재계의 반발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재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지난 6일 삼성 현대등 주요그룹 재무담당 임원 15명이 모임을 가진데 이어 11일 30대그룹 공정거래담당 실무책임자들이 전경련에 모여 정부의 규제신설 방침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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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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