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고국서 순회 리사이틀 갖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 사진제공=크레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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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없인 하루도 못사는 피아니스트에게도 건반을 쳐다보기 싫을 때가 있다. 슬럼프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클래식 뮤지션은 그 시간을 어떻게 넘기냐에 따라 거장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영원히 잊혀지기도 한다.
천재적인 연주 실력과 수려한 외모로 2000년대 초 한국 클래식계에 '오빠부대'를 몰고 온 피아니스트 임동혁(26ㆍ사진)은 요즘 '긴 터널의 끝자락'에 있는 듯 보였다. 지난해 11월 어머니와 사별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 음악과 가족, 그리고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2년 만에 고국 무대에 돌아와 전국 순회 리사이틀을 갖는 그는 "지방 공연은 마치 여행을 하는 것처럼 편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어서 재미있고 즐겁다"며 "오랜만에 투어에 나서서 그런지 무척 떨리고 설레지만 한편으론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쇼팽 전문가답게 이번 연주회에서 임씨가 선택한 곡은 쇼팽 작품이 4곡이나 된다. 그는 "쇼팽의 곡은 하도 많이 연주해서 더 이상 새롭게 시도할 작품이 거의 남이 있지 않지만 그래도 쇼팽 음악을 레퍼토리에 넣고 싶었다"며 "저는 누가 뭐라고 해도 쇼팽 연주자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쇼팽 곡에서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마주르카 a단조, C장조 등을 선택한 것도 순전히 관객을 위한 배려라기 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유에서다.
임씨는 "지난 20일, 21일에는 고양과 대전에서 지방 공연을 가졌는데 연주가 끝나갈 때쯤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와서 만족스러웠다"며 "하지만 프로코피에프의 곡들은 새롭게 선보이는 탓에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곡에서는 국내에서 듣기 어려운 라벨의 곡이 2개나 포함됐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밤의 가스파르'는 클래식 애호가들이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작품. 그는 "라벨은 매우 매력적인 작곡가이긴 하지만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3대 난곡(難曲)으로 꼽힐 정도로 쉽지 않다"며 "저에겐 '10대 난곡' 정도는 되는 거 같지만 이번 연주회를 디딤돌로 삼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머니의 부재가 컸던 걸까. 임씨는 올해 안에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게 최고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는 여자친구와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좀더 안정적인 삶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연주해서 크게 보고 오래 가는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끝으로 "4~5년 전에만 해도 호텔방에 선물과 꽃다발이 가득 찼는데 이제는 그런 팬들은 많지 않다"며 "그래도 오래토록 저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신 관객들에게 최상의 연주로 보답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25일 부산문화회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3월 5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6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7일 대구수성아트피아 등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