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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8+8시간' 근무 체제를 갖춰 잔업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이는 최근 산업계가 직면한 노사 갈등현안으로 현대차는 이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를 놓고 현대차 노사 간 입장 차가 극명한 상태에서 '8+8시간' 근무제가 사측의 주도로 조기도입될 경우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임단협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잔업 없어진다=현대차가 8+8시간 체제가 갖춰지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잔업이 없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주야 10시간씩 근무하던 주야 2교대 체제를 지난해 오전·오후조로 나눠 각각 8시간, 9시간 근무하도록하는 대변화를 이뤄낸 뒤 이제 다시 9시간에 포함된 1시간의 잔업마저 없앤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노사정이 근로시간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오히려 주말 오전·오후조가 각각 12시간을 근무해도 될 정도로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현 상태에서도 근로시간단축법안 테두리 안에서 인력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주간 연속2교대로 바꾼 데 이어 또다시 근로시간 줄이기에 나선 것은 '상시 잔업'의 고리를 끊어내 근로자의 행복증진과 노동 집중도 향상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주간 2연속 교대제로 근무조건을 전환한 후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2,127시간에서 1,897시간까지 줄었지만 UHP(시간당 생산대수)는 402대에서 432대로 오히려 높아졌다. 또 현대차 해외공장의 2배 수준이던 국내 사업장의 HPV(자동차 1대 당 투입되는 노동 시간)는 30.5시간에서 27시간까지 낮아졌다. 이를 통해 기존 생산물량을 차질 없이 확보했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교대제 전환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이 노사 양측에 윈윈(win-win)의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현대차, '최악의 하투' 고비 넘나=당초 현대차 노사가 2016년부터 '8+8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잠정합의한 가운데 사측이 생산물량 확보를 전제로 조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갈등 요소가 산적한 올해 임단협을 보다 수월하게 이끌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노조와 '현대차 상여금은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라는 사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국내 대표 사업장인 현대차에서 올해 최악의 하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노사가 '8+8시간' 근무제의 조기 도입에 원활하게 합의할 경우 올해 현대차의 임단협이 예상외로 손쉽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간당 생산 물량 증대 여부와 임금 보전문제 등 잔업 폐지에 따른 노사 요구사항들이 다시 갈등을 빚을 수도 있지만 '8+8시간 근무 체제'도입이라는 대원칙에는 의견접근을 이뤄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