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12월 15일] 하쿠나 마타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을 보면 티몬과 품바가 상처 받은 어린 사자 심바를 위로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자 무리 속에서 일어난 반란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간신히 탈출한 밀림의 왕자 심바에게 품바는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들려준다. 품바는 어렸을 때 못생기고 냄새가 고약하다는 이유 때문에 친구들이 없었다. 품바는 하루하루를 낙담 속에 지냈다. 그럴 때마다 품바가 자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외친 말이 있다. 바로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마, 잘 될 거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느닷없이 애니메이션 얘기를 꺼내는 것은 품바의 이 말이 글로벌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 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동반침체라는 유례없는 상황을 맞아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잔뜩 웅크리고 있다. 특히 기업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오로지 현금 확보에만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9월 말 현재 10대 그룹의 유보율은 787%에 달한다. 금고에 쌓아 둔 돈이 자본금의 8배에 달하는 것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중공업의 유보율은 무려 1,600%를 넘는다. 세계 경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과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불황일 때 오히려 적극적으로 성장의 기회를 모색했던 기업들이다. 인텔이 대표적이다. 인텔은 지난 1990년대 초 미국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인텔 인사이드’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면서 세계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일본 기업들이 최근 반도체ㆍ가전을 중심으로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에 돈을 쌓아뒀다가 한국 등에 시장을 빼앗겼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년 일본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대대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불황을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면 산업 주도권을 외국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광복 이후 한국전쟁과 오일쇼크ㆍ외환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딛고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이번 불황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곧 지나갈 위기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불황일수록 기업들이 긍정적 마인드를 갖고 2~3년 뒤의 호황기에 대비해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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